사회 사회일반

문화소비 늘고 40~50대 티켓파워… 불황 모르는 한국영화

감독·제작자 신구세대 조화 상반기 톱10에 8편이나 차지<br>8,500만명 흥행몰이·점유율 59%<br>'스파이' '관상' 화제작 개봉 앞둬… 올해 총 관객 2억명 넘어설 듯


전반적인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영화계는 그 어느 때보다 활기차다. 지난해 두 편의 1,000만 관객 영화의 탄생으로 불붙은 '한국영화 르네상스' 흐름은 올 상반기까지 이어졌다. 올해 초 '7번 방의 선물' '베를린'의 쌍끌이 흥행을 8월의 '설국열차'와 '더 테러 라이브'가 이어받았다. 대박 영화 못지않게 코미디·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이 중박 행진을 이어가며 상반기 영화시장은 보다 풍성함을 더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통계에 따르면 1∼8월 현재까지 영화관을 찾은 총 관객 수는 1억4,439만명으로 그중 한국영화 관객 수만 8,522만명(점유율 59%)에 달한다. 이 기간 상위 10위까지의 흥행작 가운데 한국영화는 무려 8편이나 이름을 올렸다. 하반기에도 '스파이' '관상' 등 화제작들이 몰려 있어 연간 누적관객 2억명 돌파가 점쳐지고 있다.

◇불황에도 영화 소비 더 늘어=불황에도 외려 소비가 늘어나는 분야가 '문화 영역'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1ㆍ4분기 오락문화에 대한 국민의 평균 소비액은 14만3,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 증가했다. 사람들의 지갑은 가벼워졌지만 문화에서만큼은 소비가 적극적이다. 특히 영화는 10만원을 호가하는 뮤지컬ㆍ콘서트 등 여타 문화 장르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기분전환 효과를 누릴 수 있어 꾸준히 사랑 받는 문화콘텐츠로 자리잡고 있다. 직장인 김현희(42)씨는 "다른 문화 소비보다 비용 대비 효과가 크다"며 "무엇보다 멀티플렉스(복합상영관)는 한 공간에서 영화관람뿐 아니라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어 문화 바캉스 공간으로도 제격인 것 같다"고 말했다.

◇티켓파워 40~50대로 옮겨져=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두드러지는 영화계의 흐름 중 하나는 40∼50대의 막강해진 티켓파워다. 올여름 사랑 받았던 '설국열차' '더 테러 라이브' '숨바꼭질' '감기'의 최다 예매층은 40대 이상이었다. 영화예매 사이트 맥스무비에 따르면 예매관객 중 40대 이상의 비율이 '설국열차'는 43%, '더 테러 라이브' 41%, '감기' 42%, '숨바꼭질' 37%였다. 가족관계의 구심점이자 소비 결정권한이 강한 40대 이상 관객은 이제 영화 장기흥행의 주요 변수가 됐다.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이전에 비해 20대 때 영화 등 많은 영상물을 보며 자라온 현재의 40대들이 갖는 관객 폭발력은 여느 세대와는 남다르다"고 분석했다.


영화로 논쟁을 즐기는 '참여형 관객'의 증가도 영화관 호황을 이끄는 데 한몫했다. 평단의 호불호(好不好)가 갈리는 영화 혹은 논란이 되는 영화를 직접 보고 비교·판단하겠다는 적극적인 문화소비 행태를 보이는 이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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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ㆍ제작자 신구세대 조화 돋보여=올 상반기 영화계는 감독ㆍ제작자 간 신구(新舊) 조화가 빛났다. '감시자들' '더 테러 라이브' '숨바꼭질' 등 흥행대열에 합류한 이 영화들의 공통점은 신인 감독과 베테랑 프로듀서(제작자)의 만남이다. '감시자들'은 지난해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 등을 흥행시킨 영화사 집의 이유진 대표의 활약이 돋보였다. 이 대표는 홍콩 영화 '천공의 눈' 판권을 구매한 뒤 영화 촬영감독 출신의 김병서 감독과 두 편의 상업영화를 연출한 조의석 감독에게 공동 연출을 맡겨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냈다. '더 테러 라이브'는 1990년대 충무로를 이끌었던 이춘연 씨네2000 대표가 신인 김병우 감독과 의기투합해 만든 작품이고 신인 허정 감독이 연출한 '숨바꼭질' 역시 싸이더스 FNH 대표를 지내는 등 충무로에서 오랜 기간 활약한 김미희 제작자를 만나 영화화됐다. 1990년∼2000년대 초 한국영화의 부흥을 이끈 베테랑 제작자와 30대 신인감독의 만남으로 독특한 스토리는 적절히 대중성을 가미하며 성공적인 상업영화로 옷을 갈아입게 됐다.

한국영화 시장의 르네상스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활황이 오히려 시장의 독이 되지 않기 위해서 업계는 소위 '잘 빠진' 상업영화, 정형화된 기획물 위주의 영화를 쏟아내기에 앞서 다양성 확보를 위한 노력도 끊임없이 해야 한다. 작가주의 감독 양성을 위한 긴 호흡도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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