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요동치는 稅政 겉과속] 선진국은 지금

"세원 넓히고 세율은 낮추자" 무한경쟁<br>소득·법인세 등 단일세율로 묶는 개혁까지 추진<br>중남미도 세율인하 통해 해외자본 유치 전쟁중<br>우리는 '부동산 세제 강화' 발목잡혀 허송세월


지금 세계경제 무대에서 미국과 중국간 환율전쟁으로 대변되는 패권 다툼이 한창이지만 다른 한 쪽에서는 또 하나의 총성 없는 전쟁, ‘세금 전쟁’이 치열하다. 선진국은 물론 멕시코 등 중남미까지 세율을 낮춰 해외자본을 유치하고 내수를 촉진시키기 위한 전쟁이 동시다발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조세정책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한 조세전문가는 현 정부의 조세정책 방향을 평가해달라는 질문에 “추구하는 목표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쓴웃음만 지었다. 참여정부 들어 정부는 선진형 세제를 내세우며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정책 틀을 바꿔왔다. 하지만 정작 납세자인 국민의 저항심리는 깊어만 가는 형국이다. 정부가 큰 숲은 보지 않고 나무만 보고 있다는 비판이 비등하고 있다. 왜일까. 부동산 세제 개편방안을 보자. 정부는 ‘보유세 강화ㆍ거래세 완화’를 금언처럼 외치고 있다. 정부 말대로 선진국의 보유세율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들 가운데는 거래세가 아예 없는 곳이 적지않다. 저항이 일어날 여지가 없는 셈이다. 선진국들이 ‘보유세 높이기’를 지고지순한 명제로 삼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들은 나름의 세금체제를 갖고 있지, 보유세만을 높이는 단순 논리에 얽매여 있지 않다. 우리가 부동산에 발목을 잡혀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는 동안 국가간 세금 내리기는 무한경쟁에 비견할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선진국의 개혁 지향점은 ‘세금을 적게 내는 구조’다. 임주영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총성 없는 조세경쟁이 시작됐다”며 “전세계가 세목을 과감히 폐지하고 탈루ㆍ음성소득을 과세로 전환하는 한편 최고 세율을 하향 조정하는 작업에 돌입했다”고 전했다. 독일은 최근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의 기치를 걸고 소득세 최고 세율을 25%(종전 40%)로 낮추는 세제개혁을 단행했다. 영국은 우리와 비슷하게 재산세를 국세로 도입했지만 배경은 사뭇 다르다. 지방 정부별로 각기 다르게 세금을 매기다 보니 기업활동에 장애가 되자 중앙정부가 일률적으로 낮은 세율을 적용했다. 오스트리아(25%), 포르투갈(27.5%) 등도 5년 전에 비해 법인세율을 10~12%포인트 낮췄다. 멕시코도 법인세 인하를 추진 중이고 미국은 세율인하를 근간으로 하는 조세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낮은 세율, 넓은 세원’에서 한발 더 나아가 ‘단일 세율 시스템’, 즉 소득ㆍ법인ㆍ소비세 등의 세율을 하나로 하는 작업에 나서고 있다. 비과세와 감면ㆍ공제를 없애는 대신 단일 세율로 투명성과 경쟁력 제고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이미 이 시스템으로 음성소득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세수증대와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뒀다. 우리는 어떤가. 한국은 법인ㆍ소득세 등의 세율을 낮추고 싶어도 엄두를 내지 못한다. 세원 발굴에 소홀해 세금을 내리면 재정에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당국 스스로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선진국처럼 ‘기간 세목’도 없다. 미국 등 앵글로색슨계는 소득세, 이탈리아 등 라틴계는 소비세를 대표 세목으로 정하고 있다. 우리는 소득ㆍ법인ㆍ부가가치세가 전체 세수의 80%를 차지하는 등 색깔이 없다. 최고 세율 60%에 이르는 부동산 세제가 난데없이 대표 품목으로 자리했다. 세목도 30여개로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이제는 정말로 한국 세제의 방향과 비전에 대해 심도 깊은 토론이 시급한 때다. /특별취재팀=안의식기자 김영기기자 이종배기자 현상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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