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부 생산성향상 “발등의 불”(경제를 살리자)

◎행정편의주의 벗고 경쟁촉진 지원자 될때이제라도 정부와 관료들이 변해야 한다. 정부의 역할 변화에 대한 깊은 성찰을 토대로 정책의 발상을 과감히 바꿔야 당면위기를 타개하고 경제를 되살릴 수 있다. 지난 60년대 경제개발이 시작된 후 정부는 경제계획을 입안하고 직접 자원을 배분하는 주도자의 역할을 맡아왔다. 이 과정에서 법률·제도를 통한 직접 규제, 시장개입, 공기업 경영 등을 통해 정부는 거침없이 우리 경제 전반을 이끌어 압축성장의 신화를 이루는 데 기여했다는 평이다. 하지만 경제규모가 커지고 정보화가 진전되면서 민간기업의 정보능력, 자본동원력이 정부의 그것을 능가해 더이상의 개입은 「정부의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규제완화와 민영화를 통한 「작은 정부」 지향노력이 최근 세계 각국에서 동시에 진행된 것은 계획경제와 정부개입의 비효율로 인해 동구권이 붕괴됐고 자유로운 시장경쟁만이 최고 효율을 뒷받침한다는 사실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80년대 초반부터 국내서도 제기되기 시작한 「작은 정부」에 대한 추구는 아직도 우리 실정에 맞게 정착되지 못한 채 정치구호의 수준에 머물고 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민간기업체 대표가 심판정에 나와야 할 경우 대표이사가 아닌 관련 임원이라도 위임장만 소지하면 출석한 것으로 인정키로 했다. 실무공무원들이 툭하면 민간업체 사장을 오라가라 하던 것에 비교할 때 괄목할 만한 대민서비스 자세의 변화가 아닐 수 없다. 반면 당연히 그렇게 돼야 할 행정절차상 개선사례가 새삼 돋보일 만큼 아직도 각 정부부처는 오랜 「행정편의주의」의 관행을 벗지 못한 채 민간활동에 공연한 부담을 안기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가령 규제완화조치에 따라 행정서류를 팩시밀리로 보내도 반드시 최근의 도장이 찍힌 서류원본을 접수시키도록 실무직원들은 요구하고 있다. 현행 행정관행상 팩시밀리로 보낸 서류는 여전히 「잠정서류」일 뿐이고 인주가 찍힌 원본이라야 안심이 된다는 얘기다. 문민정부가 신경제계획을 통해 규제개혁, 행정개혁 등을 그토록 강조했지만 호랑이를 그리려다 고양이도 못 그린 채 좌절한 원인은 과연 무엇일까. 우리나라의 행정쇄신위원회격인 미국 국가직무수행검토위원회(NPR)는 지난 95년까지 연방공무원 16만명을 감축하고 5백89억달러의 예산을 절감했다. NPR관계자는 『예산 적자보다 더 무서운 것은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적자라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NPR는 각 부처가 창설될 당시 핵심적 사명이 무엇인지를 재평가한 뒤 그 취지에 부적합한 사업은 민간이나 지방정부에 넘겨 볼 필요한 조직, 예산, 행정규제를 줄였다. 미국은 성공하고 한국은 그렇지 못한 이유는 뻔하다. 정부 역할의 한계에 대한 근본적인 철학정립 없이 막연히 「규제를 많이 없애고 부처를 통폐합하기만 하면 된다」는 안이한 자세로 출발, 시늉만 하는데 그쳤기 때문일 것이다. 미 스탠퍼드대 크루그먼 교수는 『지난 30여년간 한국경제 발전의원동력은 주로 노동·자본 등의 투입 확대에 기인한 것이며 효율성 증가와는 거리가 멀다』면서 『이제부터 양적 축적에 의한 성장에서 생산성 향상에 의한 성장으로 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앞으로 추구해야할 변신의 내용은 자명하다. 정부 조직축소, 기구개편, 규제완화, 민영화 등 모든 변신의 지향점이 시장경쟁을 촉진하고 경제 전체의 생산성 향상을 조장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 적어도 경제분야에선 자유경쟁질서를 교란하는 행위를 감시, 단속해 민간기업이 마음껏 뛸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심판자」로서의 역할만이 정부에 남겨진 고유영역이다.<유석기>

관련기사



유석기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