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제지 "옛 명성 되찾자" 노사 똘똘뭉쳐 '구슬땀'
노조, 임단협등 대폭양보…수익 개선·생산량등 증가해외고객사 다시 몰려와…폭염속 공장 24시간 가동
신탄진=김상용 기자 kimi@sed.co.kr
한여름 폭염이 한창 기승을 부리던 지난 19일. 국내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신호제지 신탄진공장의 근로자들은 섭씨 130도를 웃도는 뜨거운 스팀이 뿜어져 나오는 초지공장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신호제지는 올해초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에서 벗어난 이후 국내외로부터 밀려드는 주문을 소화하느라 요즘 공장을 24시간 풀가동하고 있다. 에어컨도 설치되지 않은 패킹실에서는 수출 물량의 납기를 제때 맞추기 위해 근로자들이 더위를 잊은 채 쉴새없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품질관리실에서 불량품을 골라내기 위해 인쇄용지 한겹 한겹을 정성들여 확인하던 한 근로자는 “노사가 똘똘 뭉쳐 일하다 보니 생산성도 쑥쑥 올라가고 있다”며 “옛날의 화려한 명성을 되찾겠다는 각오로 모두가 열심히 뛰고 있다”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한때 구조조정이라는 아픈 시련을 겪었던 신호제지가 워크아웃 졸업이후 노사가 힘을 합해 제2의 도약을 외치고 나섰다.
특히 올 임단협 협상에서 노조측이 당초 요구안에서 한 발 물러나면서 정상화작업에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 신탄진 공장만 해도 최근 신규 인력을 추가로 충원하는 등 생산량 증가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원재료인 펄프 가격 역시 하향 안정세로 돌아서 수익성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회사를 위해 노사가 뭉쳤다=노조가 사측에 힘을 보태기 시작하면서 워크 아웃 졸업 이후 대내외적인 환경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워크아웃 기간동안 업종 평균 임금 상승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임금인상을 경험한 가운데 올 임단협을 사측에 일임하다시피 양보했기 때문이다.
주광돈 과장은 “회사가 어두운 터널을 빠져 나올 때 노조가 보여 준 땀과 양보가 경영정상화로 이어졌다”며 “올해 역시 노조가 사측에 요구조건을 대폭 양보하면서 2005년(6월 결산법인) 경영실적 개선을 향한 진군이 개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원료인 펄프가격이 지난 해 4ㆍ4분기(4~6월)부터 안정화 된 이후 2005년에 큰 폭의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노와 사가 한데 뭉친 셈이다.
◇제지업계 혁신을 주도한다=이 같은 분위기 변화는 지난 해 2월 김종곤 사장 취임 이후 확연하기 드러나기 시작했다. 김 사장이 워크 아웃이라는 긴 터널을 헤치고 나온 신호제지 임직원에세 각 공장별 성과급 제고를 추진하겠다며 임직원들의 사기를 자극했기 때문.
조신휘 품질관리부 차장은 “워크아웃 기간 동안 임금 동결 등으로 생산직 직원들의 사기가 다소 가라앉은 게 사실”이라며 “정상 기업으로의 변신과 해외 영업통인 김중곤 사장의 취임, 공장별 성과급 제도 추진 등의 일련의 변화로 직원들의 얼굴에 미소가 다시 감돌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되찾은 해외 고객사의 신뢰=해외 고객사 역시 신호제지의 달라지는 모습에 주목하고 있다. 과거 워크아웃에 따른 경영상태 불안을 염려하고 주문물량 줄이기에 나선 때와 비교하면 사뭇 다른 모습이다. 경영 정상화에 따른 대외 이미지 제고 효과 덕도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김종곤 사장이 최근 미국서 열린 도매상 협력모임에 참석, 고객사에 대한 각별한 관리를 시작한 점도 주문으로 이어지고 있다. 신호제지의 지난 해말 기준 수출 물량은 20만5,000톤으로 지난 2003년(16만9,000)대비 21.3%나 증가한 데다 올 해 수출 목표 역시 10만톤 높여 잡은 상태다.
수출팀의 한 관계자는 “지난 해 말부터 해외 거래선의 주문 물량이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7월과 8월이 계절적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9월의 미국 신학기 시즌을 겨냥한 주문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입력시간 : 2005/07/20 1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