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미군 조기철수" 시위 잇따라

이라크서 연일 `자결권 요구` 시위, 주변 8개국도 "유엔역할 강화해야 미군 조기 철수를 요구하는 이라크 주민들의 반미 시위와 주변 아랍국들의 압력이 커지고 있다. 이는 특히 권력 공백기에 반체제 세력들의 내분과 맞물려 미국의 이라크 전후 처리가 의도대로 되지 않을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사담 후세인 정권 붕괴로 표현의 자유를 되찾은 이라크에서는 최근 며칠간 이라크인의 자결권을 주장하는 시위가 잇따랐다. 19일 수도 바그다드에서는 500여 명의 시위대가 `(미군의) 점령 반대` 등의 구호를 적은 피켓을 들고 팔레스타인 호텔로 행진했다. 후세인 치하에서 금지됐던 남부 시아파 성지 순례를 준비 중인 이들은 “미군이 해방자로 왔다고 하지만 우리는 해방을 느낄 수 없다. 미군이 떠나야 비로소 자유로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바그다드 남동부 쿠트에서는 이날 미 해병대 사령관이 부족 지도자를 만나 임시 지역 행정부에 협조해 줄 것을 요청하는 동안 반미 시아파 성직자인 사이드 압바스 지지자 수백 명이 몰려와 “미국은 떠나라”고 외쳐댔다. 이슬람 축일인 18일에는 바그다드 시민 수만 명이 이슬람 사원에서 기도를 마친 뒤 거리로 나와 미군 철수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고위 성직자인 아흐메드 알 쿠베이시는 설교에서 미군을 “점령군”이라고 비난하고 “이라크인들이 쫓아내기 전에 이 나라를 떠나라”고 경고해 신도들을 고무시켰다. 이처럼 이슬람 성직자들이 반미 감정을 노골적으로 자극해 앞으로 시위가 어떤 양상으로 번질지 예측하기 어렵다. 지난 10일 이라크 남부 나자프에서 발생한 친미 성향의 시아파 지도자 알 코에이 피살 사건은 이라크인들의 반미 정서와 종파간 갈등의 정도를 극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해외 망명 인사 수백 명도 19일 영국 런던에서 이라크 국민의 자결권을 요구하며 시위했다. 시아파 반체제 단체인 이슬람 알 다와당(黨)이 주도한 시위에서 참가자들은 “이라크 전후 재건 협상에서 미국과 영국은 반체제 단체들에 간섭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이러한 반미 정서를 의식해서인지 미 국방부의 지지를 받는 아흐마드 찰라비 이라크국민회의(INC) 의장은 18일 기자회견에서 “나는 과도 정부에서 어떤 직위도 맡지 않고 이라크 시민사회 재건을 도울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특히 미 군정의 역할은 “수 개 월이 아닌 수 주 내에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이집트 요르단 쿠웨이트 터키 시리아 바레인 등 주변 8개 국도 이날 리야드에서 외무장관 회담을 갖고 미ㆍ영 연합군은 조기 철수하고 이라크 국민이 정부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하며 유엔이 이라크 재건에 핵심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상철기자 sc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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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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