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에서 납치된 네팔인들이 살해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31일 네팔 전역은 일순간에 충격과 비탄의 도가니에 빠져들었다.
이날 살해된 인질 가운데 한명인 라메시 카드카(19)가 살던 렐레마을 주민 수백명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라메시의 집으로 몰려들어 가족들을 위로했으나 그들의 슬픔과 분노를 가라앉힐 수는 없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라메시의 형인 수다르샨(23)은 주민들에 둘러싸인 상태에서 "동생의 안전한 귀환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상상도 못했던 일이 발생했다"면서 "라메시는 단지 돈을 벌려고 이라크에 갔을 뿐 미국인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면서 울부짖었다.
부친인 지트 바하두르 카드카는 비보를 접하자마자 미친듯이 울기 시작했으며 아무런 말도 못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그는 그러나 AP통신 기자에게는 "내가 무슨 죄를 지었길래 이런 일을 당해야 하나"면서 스스로를 원망했다.
라메시의 모친은 아들의 비보를 접한 뒤 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네팔정부 관리들도 인질들의 처형 소식에 충격과 슬픔을 표시했다.
샤마난드 수만 카타르 주재 네팔대사는 네팔 국영TV와의 인터뷰에서 "무장세력이 비인간적인 방식으로 무고한 네팔인들을 살해한데 대해 깊은 슬픔을 느낀다"면서"그들은 우리에게 단 한마디의 말도 없이 인질들을 죽였다"고 말했다.
프라카시 샤라트 마하트 외무담당 국무장관 이날 카트만두에서 기자들과 만나네팔 정부가 아직 인질들의 살해를 확인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히고 세르 바하두르듀바 총리가 이날 밤 긴급 각료회의를 주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만약 이 소식이 사실이라면 무장세력이 그동안 어떠한 요구나 시한도 제시하지 않았다는 면에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네팔은 자국민들에 대해 이라크 취업을 금지하고 있으나 정부 모르게 이라크로들어가 일하고 있는 네팔인들이 1만7천명에 이른다고 AP통신은 소개했다.
이와 관련, 마하트 장관은 직업 소개소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네팔인들을 사지로몰아 넣었다고 비난하면서 "업체들은 네팔 근로자들은 우선 요르단으로 출국시킨 뒤다시 이라크로 보내는 방식으로 속이고 있다"며 개탄했다.
한편 라메시는 네팔을 떠나면서 가족들에게 요르단에서 요리사로 일할 것이라고말했으며 경비를 위해 2천달러를 대출받았다고 가족들은 전했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의 한곳인 네팔에서 2천달러는 엄청난 거금이다.
이번에 처형된 인질들은 지난 28일 "미국의 거짓말을 잘못 믿고 이라크로 들어왔다"는 성명서를 읽는 모습이 한 인터넷 사이트의 비디오 테이프를 통해 공개됐으며 그것이 생전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뉴델리=연합뉴스) 정규득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