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지점'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이 올 초에 만든 국민은행 'SBM(SOHO/SME 비즈 매니저)' 조직의 모습이다. 총 30여명으로 구성된 이 조직은 영업점이 아닌 본부에 속했지만 5~6명씩 조를 꾸려 직접 영업 현장을 누빈다. 주요 타깃은 기존 영업점 점포장들이 미처 발굴하지 못한 수도권의 중소기업이나 우량 자영업자 등이다.
'발로 뛰는 은행원' 시대가 성큼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대형 금융지주의 한 고위임원은 3일 "주요 은행들이 최근 직접 외부에 나가서 영업하는 아웃바운드(외부 고객 유치) 영업 채널을 확대하는 가운데 하나·외환은행 통합으로 상당한 중복 인력이 발생하면 은행원들이 창구에 앉아서 영업하는 시대는 종지부를 찍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온라인 채널 발달로 은행 창구에 발길이 끊기고 우량한 기업 고객을 찾기는 점점 어려워지면서 은행들이 잇따라 '제3의 채널'을 뚫고 있다. 바로 외부에 나가서 직접 고객을 유치해오는 아웃바운드 영업 채널이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통합해 9월 출범할 'KEB 하나은행'의 경우 총 700~800명 규모의 거대한 아웃바운드 영업조직을 만드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하나금융지주 고위관계자는 "대기업 대출 비중이 높은 통합은행의 포트폴리오를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중소기업과 소호(SOHO) 분야에서 공격적인 영업을 할 수밖에 없다"며 "영업점이 아닌 본부나 지역본부 등에 속하고 태블릿 PC 등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외부에 나가서 대출 고객을 유치해오는 대규모 영업 조직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민은행은 기존에 수도권 지역을 대상으로만 파일럿(시범제작) 형태로 출범시킨 SBM을 내년부터는 전국 조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각 영업점과 SBM 조직이 서로 영업 실적 등을 놓고 마찰이 생기는 것을 피하기 위해 SBM이 고객을 유치해 영업점에 넘기면 이 실적을 '더블카운팅'하는 제도를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양원용 국민은행 아웃바운드채널사업단 단장은 "올 초 출범했지만 단기간에 기대했던 것보다 좋은 성과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의 경우 본부 차원의 아웃바운드 영업조직은 없지만 각 영업점에서 고객을 직접 찾아다니는 RM(Relationship Manager)이나 RRM 인력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RM은 기업을 대상으로, RRM은 소호나 중소상공인(개인사업자)을 대상으로 영업하며 RM은 현재 320여명, RRM은 500여명이 활동 중이다.
은행원들은 이 같은 변화에 동요하고 있다. 특히 하나·외환은행의 경우 대규모 아웃바운드 영업조직 구상이 사실상 구조조정의 수단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저금리로 자금은 남아돌고 수요는 제한된 최근의 금융 시장 상황에서 이 같은 변화는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보험사들은 일찌감치 외부로 뛰어나가 중소기업 등을 상대로 대출 영업을 하며 은행의 영역을 잠식해가고 있다"며 "은행원도 이제 직접 뛰지 않으면 생존이 어려운 시대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