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현대 “세계상용차 제패” 시동

◎승용차식 최첨단 설비갖춘 전주공장 본격가동/트럭 등 연산 10만대 규모 “올 생산량 35% 수출”세계 최대규모의 단일 상용차 생산기지인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이 그 웅장한 모습을 드러냈다. 부지 23만평, 연산 생산규모 10만대. 화물수송용으로 쓰이는 2.5톤∼19.5톤 대형 카고트럭과 건설장비로 사용되는 대형 덤프트럭, 중형버스∼우등고속버스, 냉동차·컨테이너·유류차 등 특장차를 생산한다. 연간 생산능력은 버스 1만2천대, 트럭과 특장차가 8만8천대 등 10만대. 이 공장에 들어서면 최소한 두번은 놀라게 된다. 우선 규모가 크다는데 놀라며, 승용차공장 수준의 최첨단설비에 두번째로 놀라게 된다. 「철공소」라 불리던 다른 상용차공장과 달리 5천톤급의 슈퍼 프레스, 용접로봇 등 승용차공장에서나 볼 수 있는 첨단시설로 채워져 있다. 전주공장이 자랑하는 설비는 길이 12m이상의 초대형버스를 전착도장할 수 있는 초대형 탱크(Deeping Tank). 지난달 각사 회장단 방문때에도 공개를 하지 않은 현대의 비밀병기다. 전착도장이란 페인트를 가득채운 탱크에 전기를 가해 음이온과 양이온을 만든 뒤 차체를 페인트 통에 담가 자기장을 이용해 차체에 페인트를 입히는 방법. 김종일 공장장은 『승용차공장에서는 일반화돼 있으나 대규모 투자, 첨단기술이 필요해 상용차에서 이 기법을 적용하고 있는 메이커는 세계적으로도 벤츠와 미쓰비시에 이어 우리가 세번째』라고 자랑한다. 이 기법을 사용하면 손으로 페인트를 뿌려가며 도장하는 「스프링타입」에 비해 페인트가 차체 각부분에 골고루 먹혀들어 차체수명이 길어지고 차체에서 광택이 난다. 대부분 손으로 땜질하던 각 조립공정도 대부분 용접로봇이 대신하고 있다. 현대는 왜 이런 거대한 상용차 공장을 지었을까. 전주공장은 승용차에 이어 한국차가 상용차부문에서도 세계시장에 도전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3.5톤 이상급의 세계 대형상용차 시장은 1백70만대 정도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중국, 말레이시아, 태국 등 아시아국가의 소비량이 전체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다음으로 유럽이 연간 30만대 정도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그런데 대형 상용차시장은 스웨덴 볼보와 스카니아,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 프랑스 르노, 이탈리아 이베코 등 유럽의 소수 메이커가 전세계 시장을 거의 독점해왔다. 미국이 상용차공장을 가지고 있으나 GM트럭은 볼보, 플라이트 라이너는 벤츠가 경영권을 갖고 있으며 일본 상용차도 내수시장에서 차량과 적재량을 합한 차량 총중량을 20톤으로 제한, 5톤이하 트럭과 달리 대형트럭 부분에서는 국제경쟁력이 뒤떨어진다. 지난 80년대 유럽 상용차시장에 진출한 일본이 실패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것이 현대가 대규모 상용차공장을 세워 또다시 대담한 승부를 계획하고 있는 이유다. 유럽 메이커들이 전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으나 이들은 각각 몇개 차종에 특화돼 있다. 그래서 규모가 작다. 30만대 정도인 유럽 상용차시장을 7개 회사가 차종에 따라 분할하고 있는 형국이다. 반면 현대는 중형∼초대형 상용차를 모두 생산하는 풀라인업 체제를 가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메이커로 부상했다. 시장도 계속 확대되고 있다. 중국, 중동, 남미, 독립국가연합, 동남아 등지에서 트럭을 사다가 버스 등으로 개조해 사용하기도 하고 개발붐을 타고 트럭이 폭발적인 수요를 보이고 있다. 상용차는 승용차에 비해 수출 채산성도 높다. 현대는 전주공장 생산량의 25%를 지난해 수출한데 이어 올해 35%, 2000년엔 절반가량을 해외에 내보낼 계획이다. 통일시대에 대비하자는 전략도 깔려있다. 북한이 본격적인 개발에 들어갈 경우 트럭을 중심으로 상용차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현대는 보고 있다. 박병재 사장은 『국내 업체는 그동안 승용차는 해외에 쏟아부으면서도 상용차 수출은 등한시 해왔다』며 『승용차에 이어 상용차의 세계제패도 멀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주공장은 올해 6만2천대를 생산한다.<전주=정승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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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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