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 외교에 무관심한 일본 총선

파이낸셜타임스 8월29일자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중의원을 해산하고 9ㆍ11 총선거 실시를 결정한 후 능수능란한 선거운동을 수행하고 있다. 총선에서 유권자들의 관심을 자신의 거취문제 및 자민당ㆍ우정공사 개혁에 철저하게 묶어놓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는 또 유능한 여성 후보 등 이른바 ‘자객’을 반란파 의원들의 지역구에 배치하는 새로운 전략도 도입했다. 고이즈미 총리의 지지도는 현재 상승 중이다. 자민당의 장기집권체제를 끝내고 50여년 만에 집권당에 오를 기회를 맞은 일본 제1야당 민주당은 좀처럼 언론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정권 교체를 바라는 민주당으로서는 매우 애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외교정책에 대한 이슈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일본은 현재 중요한 외교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아시아의 라이벌이자 주요 무역 상대국인 중국과의 불화, 치솟는 유가, 미군기지 문제를 둘러싼 미국과의 협상 등이 그것이다. 지난주 프랑스 테러 전문가가 일본이 알 카에다의 다음 공격목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 점도 일본으로서는 민감한 사항이다. 2주 전 패전 60주년 기념식에서 고이즈미 총리는 일본의 침략행위에 대해 공식적인 사과를 하고 전범들을 합사한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나서지 않는 등 중국과의 싸움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 같은 행동들은 솜씨 좋은 술책에 불과하다. 경제개혁에 있어 민주당은 자민당과의 차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양당 모두 개혁파와 보수파가 공존하고 있다. 하지만 외교정책에 있어서는 오카다 가쓰야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측이 좀더 할 말이 많다. 민주당은 아시아 국가들과의 관계개선,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중단, 외국인을 기피하는 민족주의 배척, 이라크에서 일본군 철수 등을 주장하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는 유권자들이 총선에서 이런 외교문제들을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을 바라지 않고 있다. 대신 고이즈미 총리는 그의 ‘자객’들이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기를 바랄 뿐이다. 국내 개혁도 중요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산적한 외교적 딜레마를 무시한다면 그 문제는 두고두고 일본을 따라다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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