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盧-민노당 '밀월' 시작되나

어제 청와대 초청만찬… "민노끌어안기 신호탄"

“노무현 대통령과 민주노동당의 본격적인 밀월(?)관계 시작되는 것일까.” 노무현 대통령이 9일 오후 청와대에서 민주노동당 김혜경 대표와 권영길 의원 등 소속 의원들을 초청해 만찬을 함께 했다. 노 대통령이 첫 만찬 파트너로 제1 야당인 한나라당을 제치고 민주노동당을 선택한 것은 당정분리라는 새로운 환경 속에서 원만한 국정운영을 위해서는 진보 야당과의 협력관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노 대통령의 구상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노 대통령의 민주노동당을 포용하기 위한 첫 신호탄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노 대통령이 민노당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은 대외적으로 당정분리를 외치고 있지만 각종 개혁을 이끌기 위해서는 확고한 입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난 4ㆍ15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과반수(150석)가 넘는 152석을 차지했지만 지난 5일 김원기 의원이 국회의장에 취임하면서 당적을 버려 한 석이 줄었다. 여기에 선거법 위반으로 구속돼 의정활동이 어려운 오시덕(충남 공주ㆍ연기), 강성종(경기 의정부을) 의원을 감안하면 우리당의 가용 의석은 149석으로 줄어든다. 또 선거법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된 의원 4명이 확정판결을 통해 의원직을 상실할 경우 의석 수는 145석으로 과반수는 사실상 물 건너 가는 셈이다. 사태의 심각성은 재ㆍ보선이 통상 정권의 중간평가 성격을 띠고 있어 야당이 우세한 경우가 많다는데 있다. 실제 최근 6ㆍ5 재ㆍ보선도 야당의 압도적인 승리로 끝난 바 있다. 민주당과의 합당설도 이 같은 불안 때문에 나왔다. 그러나 민주당은 6ㆍ5 재ㆍ보선에서 전남지역의 민심을 확인한데다 내년 4월 말로 예정돼 있는 50여석의 17대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3석만 얻어도 3당으로 도약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당과의 합당에 대한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비록 정책 노선은 다르지만 이념적으로 좌측에 있는 민주노동당이야말로 민주당에 버금가는 적합한 파트너라는 인식이 팽배해있는 상황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과반수 의석을 유지하기 힘든 상황에서 민주당과의 합당이 힘들 경우 각종 개혁법안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민주노동당과 코드를 맞출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여권의 다른 고위 관계자도 지난 총선 당시 과반수 확보가 불확실한 상황이 전개되자 서슴없이 “민노당과 정책공조를 통해 국면돌파를 시도할 것이다“고 밝힌바 있다. 물론 민주노동당과의 이 같은 구도가 쉽사리 형성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노동당 관계자는 “이라크 파병문제와 노 대통령의 안이한 경제 문제에 대한 현실인식 등이 바뀌지 않는 한 민주노동당이 정부와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김혜경 민노당 대표 역시 “노 대통령이 민주노동당을 야당 가운데 첫 대화 상대로 선택한 것에 대해선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고 일축한 뒤 “민노당이 한나라당에 버금가는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 교섭단체가 아니라서 국회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다”며 볼멘소리를 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