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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사령탑이 옛 경제기획원(EPB) 인사로 채워져서 일까.
모피아(옛 재무부)가 공고하게 쌓아놓았던 영역인 금융산업에 EPB 출신들이 속속 둥지를 틀고 있다. EPB에서 일한 관료들은 큰 그림을 그리는 데 익숙하다. 기획과 예산이 주전공이다. 지금까지 금융권 자리는 모피아 몫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EPB들이 조금씩 늘고 있다. 관료사회의 양대 산맥인 EPB와 모피아의 힘겨루기를 금융계에서도 볼 수 있을 듯하다.
28일 금융계에 따르면 26일부터 출근한 남동균 비씨카드 신임 감사는 행시 23회로 EPB에서 공직을 시작했다. EPB의 후신인 기획예산처에서 복지노동예산과장과 성과관리본부 본부장을 지냈다. 22일 KB금융지주의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된 김영과(행시 22회)씨도 전형적인 EPB다. 정부 관계자는 "경제정책과에 오래 일했고 훗날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 옮긴 사례"라고 했다.
이미 자리를 잡고 있는 EPB도 많다. 27일 주주총회에서 재선임된 반장식 신한카드 사외이사도 EPB 출신 정통 관료다. 행시 21회로 기획예산처 차관을 지냈다. 배국환 NH금융지주 사외이사도 행시 22회로 EPB가 친정이다. 29일 출범하는 국민행복기금 이사장으로 내정된 박병원(행시 17회) 은행연합회장은 EPB의 대표선수다. 또 다른 EPB의 얼굴인 권오규(행시 15회) 전 경제부총리도 한국씨티은행에서 사외이사를 지내고 있다. SC은행 사외이사에 올라 있는 김성진 전 조달청장도 행시 19회로 공무원의 첫발은 EPB에서 내디뎠다. 장영철(행시 24회) 자산관리공사 사장과 김정국(행시 9회) 기술보증기금 이사장도 EPB에서 공직을 시작했다.
반면 사의를 표명한 강만수(행시 8회) 산은금융지주 회장과 신동규(행시 14회) NH금융지주 회장, 임영록(행시 20회) KB금융지주 사장 등은 대표적인 모피아다.
현재 EPB는 경제정책 라인을 붙잡고 있다. 현오석(행시 14회) 부총리를 비롯해 조원동(행시 23회) 경제수석이 EPB다. 금융통인 추경호(행시 25회) 기획재정부 1차관도 EPB 출신이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EPB 전성시대가 열리면서 금융권에도 옛 EPB 인사들이 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