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정보통신] 학교 생활기록부 전산사업 파행

서울 시내 K초등학교 교무실에서 최근 벌어진 풍경. 60여명의 교사가 서로 「학교 생활기록부 전산화 작업」을 맡지 않겠다며 옥신각신하고 있다. 결국 그중 나이가 적은 L교사(28)가 반강제적으로 일을 떠맡고 인상을 찌푸린다.학생의 생활기록을 전산화함으로써 교사의 잔업을 줄이고 수업시간을 더 충실히 활용하겠다는 취지로 교육부가 도입한 「학교 생활기록부 전산화 사업」이 교사간 반목, 수업 차질을 빚는 등 파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9일 교육부 및 일선 학교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초등학교에 도입된 이 제도는 교사의 잔업을 줄이기보다 오히려 특정 교사에게 과도한 업무를 떠넘김으로써 수업에 결손이 생기는 등 당초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 특히 담당 교사는 휴일을 반납하고 일에 매달리지만 작업량이 너무 많아 심한 경우 귀중한 수업 시간까지 빼먹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충실한 수업을 위해 보조자료를 만드는 것과 같은 교사 본연의 업무는 꿈도 꾸기 힘든 실정이다. 이 때문에 학생이 피해를 보는 건 당연하다. 게다가 일이 밀릴 경우 담당 교사는 퇴근 뒤에도 집에서 작업을 계속하는 사례가 많아 자칫하면 학생 개인 정보가 유출될 우려도 있다. 이처럼 생활기록부 전산화 사업이 파행을 겪는 것은 전산 전문가 1~2명이 맡아야 할 분량의 일을 특정 교사에게 부가업무로 떠넘기기 때문. 특히 담당 교사가 학교를 옮길 경우 업무 공백 현상도 불가피해진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이용환 서울지부 초등지회장은 『이 문제는 새 제도를 졸속으로 도입해 교육의 본업이 희생당하는 사례』라며 『앞으로 전산망이 더 확대되는 만큼 이를 맡을 전산 담당 전문인력 충원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교조는 올 7월로 예정돼 있는 교육청과의 첫 단체협상에서 이 문제를 주요 안건으로 건의하고 정부에 대책을 요구할 방침이다. 한편, 교육부 관계자는 『정부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며 『전담 인력을 두거나 직접 학생을 상대하지 않는 교감이나 서무실에서 이 업무를 맡게 하는 등 다각적인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해명했다.【이균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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