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엔화약세 배경.전망] 일"경기회복 최후의 수단" 강조

일본의 주요 금융정책 결정자들이 일제히 엔 약세를 용인하는 발언을 내놓고 있어 엔화가 당분간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일본 금융·외환 정책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트로이카 미야자와 기이치 대장성 장관, 하야미 마사루 일본은행 총재와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대장성 재무관은 16일 일제히 엔 약세를 지지하는 발언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엔화는 17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두달만에 최저치인 달러당 118엔대까지 떨어졌으며 달러당 125~130대까지 추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야자와 기이치 일 대장성 장관은 16일 10년만기 장기국채의 발행을 20% 이상 줄이고 연·기금을 통한 국채 매입에 나서는 등 장기금리 상승 억제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장기금리 상승이 경제회복에 좋지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고 금리상승을 방치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표명한 것이다. 대장성은 장기금리 억제를 위해 다음달 발행하는 장기 국채의 규모를 당초 1조8,000억엔(약148억달러)에서 1조4,000억엔으로 축소하고 다음 달까지 모두 4,000억엔을 들여 국채 매입에 나설 예정이다. 지난해 10월 이후 3배 이상 증가, 연 2.8%선까지 올랐던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미야자와의 발언의 영향으로 한때 1.86%까지 떨어졌다. 하야미 마사루 일본은행 총재도 단기금리 유도 목표에 대해 「0%도 좋다」며 강력한 금리인하 의지를 밝히고 나섰다. 그의 발언으로 초단기 금리인 오버나이트(익일물) 금리는 0.1% 수준으로 급감했다. 그동안 인플레 가능성에 극심한 경계심을 보였던 중앙은행이 이같은 정책전환을 보인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 직후인 46년에 360%라는 살인적 인플레이션을 경험한 바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선진국 중앙은행이 단기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유도하는 것은전례가 없는 일로, 경기악화에 제동을 걸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엔화와 달러 환율을 가늠하는 척도로 손꼽고 있는 일명 「미스터 엔」 사카키바라 역시 엔 약세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제 금융계는 최근 이들 3인방이 일제히 엔 약세 발언을 한 이유가 일본이 경기부양을 위해 기존과 다른 정책을 추진하려는데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오는 20일 열릴 예정인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를 앞두고 선진국들로부터 줄곧 경기상승조치 압력을 받았던 일본이 대내외적인 입장을 고려, 이같은 발언들을 행하게 됐다는 것이다. 일본 금융계도 엔 약세가 당분간 주조를 이룰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본 대형은행의 한 간부는 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엔 약세는 금융시장뿐만 아니라 일본의 정치·경제 미래과 관련된 중요한 사항』이라며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쓸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이라고 분석했다. 【최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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