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개인정보 보호와 산업 성장

박균철 <한국인포서비스 대표>

요즈음 ‘개인정보 보호 기본법’(이하 기본법)의 입법을 둘러싸고 많은 논의와 이견이 있다. 자세히 들어보면 국민은 국민대로, 기업은 기업대로 그에 합당한 이유가 있다.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이 같은 논란은 인터넷이 무한대로 보급되고 모든 정보들이 디지털화돼가는 과정에서 생긴 현상이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ㆍ수백통씩 받는 스팸메일, 주민등록번호의 도용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그래서 ‘개인정보’라는 말에 과민반응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는 된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러한 정보 데이터베이스(DB)는 고객에게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는 고객관계관리(CRMㆍ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DB 마케팅, 인터넷비즈니스(e-Biz), 기업들의 중·장기 마케팅 전략, 나아가 국가정책 수립시에도 꼭 필요한 자료이기도 하다. 결국 정보화사회에서는 이러한 개인정보가 수집·처리·이용되는 것을 막을 수가 없을 뿐더러 필요성은 점차 증대하고 있다. 그렇다면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뤄나갈 것인가. 개인정보는 ‘자유로운 교류’와 ‘보호’ 사이에 적정한 균형점이 필요하다. 이러한 차원에서 이번 기본법이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문제는 기본법이 ‘균형을 이루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 법의 쟁점은 주민등록번호의 사실상 사용금지, 민간 부문까지 의무화하고 있는 ‘개인정보 영향평가’ 등으로 압축할 수 있는데 언뜻 보기에는 당연한 조치가 아닌가 싶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먼저 ‘고유식별자를 정보 주체의 명시적인 동의 없이 당해 식별자의 목적 이외의 용도로 사용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명시하고 있는데 인터넷상에서 고유식별자로 널리 쓰이는 주민등록번호를 규율하고 있는 주민등록법은 그 목적을 ‘인구동태 파악’에 한정하고 있어 성인인증ㆍ전자상거래 등 사용자의 연령 확인 및 실명 여부 확인이 사실상 불가능해 오히려 소비자의 권리보호 약화와 신용카드, 개인 ID의 악의적 도용 등 범죄가 용이해지는 결과를 낳게 될 우려가 있다. 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공인인증서’도 아직 보급이 미미하고 기술적ㆍ비용적 문제가 산적한 실정이다. 둘째, 공공기관ㆍ민간기업 구분 없이 의무적으로 ‘개인정보 영향평가’ 실시 및 제출을 부과하고 있다. 이 제도는 원래 미국 등에서 방대한 개인정보를 가지고 있어 유출될 경우 파장이 큰 공공기관을 규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또 현행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서 ‘안전진단제도’를 마련, 강력 규제하고 있다. 정부가 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겠다고 ‘규제개혁기획단’까지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 마당에 이런 과도한 이중 규제가 옳은 것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개인정보에 관한 기본법은 당연히 필요하지만 특별법이라고 볼 수 있는 기존 법률과의 관계도 고려해야 한다. 기본법은 전부분에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정보 보호의 최저 기준을 마련, 기존 및 신규 특별법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는 기능을 담당해야 하는 것이고 공공 분야, 정보통신 분야, 위치정보 분야 등에 대한 특별법은 그 특수성에 맞는 개인정보 보호 장치를 만들어가야 한다. 이러한 기본적인 원리와 산업활성화에 대한 국가의 정책적 목표를 간과하는 경우에는 자칫 산업성장의 장애물로 또 다른 문제점을 양산하는 ‘현실과 괴리된 법’이 될 우려가 있다. 또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문제가 오로지 수집ㆍ이용의 제한으로 풀릴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가 침해라고 이야기하는 사고의 대부분이 정보관리자의 부주의, 의도적 유출로 빚어지는 것들임을 알 수 있다. 즉 정보 보호의 핵심은 철저한 ‘관리’에 있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현실적인 정보의 ‘수집’과 ‘이용’의 제한 규정만으로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 필자 스스로도 내 정보가 불법적으로 사용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정보화사회의 불가피한 현상인 역기능을 최소화 하면서 산업성장과의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미래지향적이고 효율성 있는 기본법이 제정되기를 누구보다 간절히 바라고 있다. 요컨대 개인정보 보호와 산업성장의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균형 잡힌 기본법 제정과 아울러 개인정보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전환과 이용문화의 선진화, 기업 스스로의 자율규제, 민간기업이 안전하게 개인정보를 관리할 수 있는 정부의 기술적 도움 등이 함께 이뤄져야만 정보화사회 속에서 우리가 진정으로 바라는 실효성 있는 개인정보 보호가 가능하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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