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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바둑 영웅전] 기단의 세시봉세대

제8보(117~130)<br>○이세돌 9단 ●강동윤 9단 <2010 올레KT배 결승 제4국>



며칠 전에 인사동에서 박영철(명인전 관전기자), 박해진(시인) 등과 저녁을 먹었는데 그 자리에서 한가지 질문을 받았다. "우리 기단에도 세시봉 친구들이 있었나요?"(박해진) 필자는 잠시 생각해본 후에 대답했다. "없었던 것 같아."(필자) 세시봉 애용자들의 8할은 낭만파 대학생들이었다. 그런데 프로기사나 프로기사 지망생들은 세시봉식 낭만을 즐길 여념이 없었다. 자나깨나 실력증진에만 몰입했고 조금 시간이 나면 술과 당구에 그 시간을 바쳤다. 세시봉시대(줄잡아 1961년부터 1974년)의 관철동 식구들은 모두가 가난했고 심리적으로 각박했다. 세시봉 콘서트의 주역들 가운데 윤형주, 송창식, 이장희는 1947년생이고 조영남이 45년생, 김세환이 48년생, 양희은은 52년생인데 그 연령대의 프로기사들은 김동명, 유건재, 김좌기, 천풍조, 홍종현, 한상렬, 전영선, 양상국, 이상철, 윤종섭, 윤희율, 조영숙 등이다. 나무계단이 삐걱거리던 서린동의 세시봉은 60년대말까지 디스크자키들의 독무대였다. 그들이 냈던 퀴즈 가운데 지금까지 기억나는 것이 있다. 벨라폰테가 가장 좋아하던 간식이 무엇일까요. 정답은 뻔디기. 그 정답을 알아맞힌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백이 20으로 내려서 좌하귀의 집을 지킨 시점에 와서는 사실상의 승부가 끝났다. 그러나 강동윤은 돌을 던질 마음이 없었다. 흑21로 암중모색을 시작했다. 흑이 승부를 해보려면 참고도의 흑1로 젖혀 백대마의 약점을 추궁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백이 2, 4로 하변의 흑을 역습하면 도리어 흑이 쫓기는 신세가 될 것이다. 그러므로 강동윤은 실전보의 흑21로 엉뚱한 곳을 건드리면서 어떤 단서를 마련하려고 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떨리는 쪽은 백입니다. 흑으로서는 밑져 보았자 본전이고 실컷 떼를 쓰다가 안되면 던지면 그만이지요. 백은 다된 죽에 코를 빠뜨릴까 해서 신경이 많이 쓰이는 거죠."(윤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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