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한파가 병원의 씀씀이를 바꾸고 있다. 환자가 줄고 환차손에 의료재료비 상승으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병원들에 「내핍 바람」이 거세다.
병·의원들은 붕대·거즈·수술용 고무장갑 심지어 수술복까지 모든 것이 디스포저블(1회용)이었던 것을 이젠 모두 재활용 한다. 즉 고무장갑은 소독해 다시 쓰고 링거줄과 병은 보관했다가 거동이 불편한 입원환자의 소변주머니(유린백)로 쓰는 등 70년대식의 물자절약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먼저 수술장갑·붕대·거즈의 재활용을 위해 고온고압 스팀소독법을 이용한다. 스팀소독에 가하는 열은 섭씨 135도. 반면 열에 약한 내시경이나 위내도관·요도카테터는 EO(에틸렌 옥사이드) 가스소독해 다시 사용한다. 또 흉부외과·심장외과에서 사용하는 실리콘 튜브는 길이를 조금씩 잘라 2개 사용하던 것을 3개로 나누는 방법으로 아껴쓰고 있다.
이렇게 재활용을 한 결과 400병상 규모의 서울 D병원은 월 900~1,000만원의 절감 효과를 누리고 있다. 의사 2명분의 월급을 충당할 수 있다는 것.
이같은 물자절약 운동과 함께 국산품애용 운동도 범의료계로 확산중이다. 달러를 주고 구입하는 백 수액용기 사용이 억제되고 있다. 완제품이나 원단을 미국 등에서 수입해온 백을 병으로 교체할 경우 원화로 약 150억원 정도의 외화를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100% 수입에 의존하는 X레이 필름아껴쓰기를 위해 병·의원 마다 의사들 책상앞엔 「X레이 필름오더를 남발하지 맙시다」란 지침이 붙어있다. 특히 S병원의 경우 14X17인치 X레이 가슴촬영용 필름사이즈를 여성과 어린이용은 14X14인치로 줄였다. 이 병원의 X레이 촬영기사는 『혈관촬영에 사용하는 방사선 조영제까지도 10% 정도 줄여 사용하고 CT나 MRI 사진은 가급적 필름으로 뽑는 것을 자제하고 대신 디스켓에 담아 보관할 정도로 최대한 아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초음파검사 때 환자몸을 매끄럽게 만들기 위해 발랐던 젤리(Ultra Sono Jelly)나 혈관 약 주입기 등 국산으로 대체 가능한 것은 병원 마다 이미 국산으로 전환했다. 수술뒤 상처에서 나오는 피를 빨아들이기 위해 수술부위에 박아놓는「헤모 백(Hemo Vac)」이나 링거병 플라스틱 줄인 I.V 카테터도 국산으로 전환한 곳이 많다. 과거 외제나 국산품이나 가격차가 없어 이왕이면 수입품을 사용했으나 이젠 국산품이 가격경쟁력을 갖게 된 것.
병원협회 관계자는 『IMF 한파 속에 병원들도 예전의 거품을 걷어내고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면서 『내년이면 환자모시기 경쟁도 더 치열해져 환자들이 달라진 의료서비스를 제공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정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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