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韓中日 바둑영웅전] 모르다가 당한 부도


제6보(101~139) 바둑판 위에서는 실로 수많은 돌들이 죽어나간다. 바둑이란 죽음의 유희에 속한다. 자기의 장병을 멋지게 죽여야 승리하는 게임이다. 그 죽음을 값으로 치르고 프로는 땅을 사는 것이다. 그리고 최후에 가서는 집을 더 많이 지은 쪽이 이기게 되어 있다. 그것이 바둑이라는 게임의 법칙이다. 거듭 말하거니와 절정 고수는 자기의 돌을 아낌없이 죽인다. 돌의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잘살기운동이 아닌 잘죽이기운동이 바로 바둑이다. 끝없이 등장하는 반상의 죽음, 죽음, 죽음. 그런데 그 반상의 죽음에는 두 가지가 있다. 알고 죽는 죽음과 모르고 죽는 죽음. 알고 죽는 죽음은 승리의 첩경이고 모르고 죽는 죽음은 패망의 첩경이 된다. 알고 죽는 죽음은 사석작전이지만 모르고 죽는 죽음은 문자 그대로 비명횡사이다. 불각시에 당해 버리는 부도사건과 같은 것이다. 알고 당하는 부도와 모르다가 당한 부도와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왕레이의 흑9는 패착성 과수였다. 백10이 치명타가 되었다. 계속해서 12 이하 18로 거대한 흑대마가 패에 걸렸다. 수읽기의 준비가 미리 되어 있지 않았던 불각의 사태. 이런 대마의 횡사는 전혀 모르다가 당한 부도처럼 치명적이다. 일방적으로 흑에게만 부담이 되는 패싸움이 벌어졌고 조훈현은 흑대마를 살려주는 대신 백28과 30을 연타했다. 백의 필승지세. 못 말리는 조훈현. 필승지세라는 판정이 나오자마자 공연한 망발이 등장했다. 늘 보이는 패턴이다. 백36이 공연한 손찌검. 그냥 좌하귀를 살아두었으면 계속 필승지세였는데 흑37, 39로 밀려 가 방면이 허해졌다. 정말 못 말리는 조훈현이다. (20, 27…14. 23…17) /노승일ㆍ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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