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고전 통해 세상읽기] 춘추의 발본색원

안일한 안전의식·관리 탓에 세월호·돌고래호 잇단 참사

잘못된 관행·시스템 개선 등 근본적 접근만이 재발 막아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도 1년이 넘었다. 당시 우리는 가라앉는 배를 바라보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공감대를 이뤘다. 정부는 조직법을 바꾸는 등 각종 재난사고에 체계적으로 대응하려고 노력했고 시민사회도 낡은 관행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되겠다며 우리 안의 부조리를 찾아내려고 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최근 제주도 연안에서 돌고래호 사고가 일어났다.

이처럼 비슷한 일이 되풀이되기 때문에 불운은 홀로 오지 않는다는 '화불단행(禍不單行)'이라는 말이 널리 쓰인다. 이 말은 처음에 행운은 겹쳐서 오지 않고 불운이 반드시 겹쳐서 온다는 '복부중지 화필중래(福不重至 禍必重來)'의 꼴로 쓰였다.


모든 사고는 그 자체만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 사고가 일어난 장소가 다르고 사고를 낸 사람이 다르기 때문이다. 반면 유형으로 바라보면 사고는 비슷한 특성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관리 감독과 안전 의식으로 바라보면 세월호와 돌고래호는 닮은 점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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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비슷한 사고가 되풀이해서 일어나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이 우리 사회 곳곳에 넓고 깊게 뿌리박혀 있기 때문이다. 해상 교통을 이용하면 반드시 구명복을 갖춰야 하고 입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직도 안전 의식이 희박하다. 해상에서 사고가 나면 당연히 인명 피해가 많이 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평소 선박관리는 물론이거니와 출항에서부터 도착에 이르기까지 선박의 위치를 예의주시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 보고와 감독을 철저하게 사실대로 해야 한다는 매뉴얼이 정확하게 지켜지지 않으면 사고를 우연히 피할 수 있을 뿐이다.

이렇게 보면 우리가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토양을 완전히 뜯어고치지 않으면 비슷한 사고가 재발할 가능성이 줄어들지 않는다. 어찌 보면 한 번의 사고는 비슷한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첫 번째 경고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첫 번째 사고가 일어나면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지금까지 통용되던 관행을 철저하게 재점검한 뒤에 하나씩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귀찮다고 고치지 않으면 우리는 첫 번째 사고 이후에도 비슷한 사고가 두 번 세 번 일어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비슷한 사고가 되풀이되는 것을 피하려면 우리는 '춘추'에 나오는 뿌리를 뽑고 근원을 막는다는 '발본색원(拔本塞源)'에 주목하지 않을 수가 없다. 본과 원은 말단과 현상을 나타내는 말(末)과 류(流)의 뜻과 상반된다. 사고가 일어난 후 당장 눈에 보이는 것, 중요하지 않고 너무나도 사소한 것을 고쳐서 대책을 다 세웠다고 한다면 사고의 재발을 막을 수가 없다. 발본색원은 자기 자신을 부정하는 근본적인 접근을 하는 것이다.

사람은 신과 달리 앎과 의지에 한계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실수와 잘못을 할 수 있다. 동시에 사람은 한 번의 잘못을 다시 되풀이하지 않으려고 한다. 사람의 한계를 인정하며 비슷한 사고의 재발을 막으려면 한 번의 잘못으로부터 배우지 않을 수가 없다. 이때 사고를 운수소관으로 보거나 나와 무관한 남의 일로 치부한다면 우리는 사고의 재발을 막을 수 없다. 발본색원의 자세로 잘못으로부터 배운다면 첫 번째 사고가 마지막 사고가 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첫 번째 사고는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신정근 성균관대 유학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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