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建榮(전 건설부차관)버지니아 올프의 대표작인‘댈러웨이 부인’은 15분 간격으로 울리는 빅벤의 종소리가 배경이다. 이 종소리에 따라 의식과 무의식의 세계를 넘나들며 소설이 진행된다. 빅벤은 영국 국회 의사당의 시계탑의 애칭이다.
빅벤은 템즈강변에 있다. 뾰쪽뾰쪽한 고직형의 고색창연한 건물 종탑에 시계가 걸려 있다. 저녁 때 석양에 물든 모습을 옆의 웨스트민스터 다리쪽에서 보면 참으로 아름답다.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기지 않는다.
도시마다 랜드마크가 있다. 파리의 랜드마크는 근대 기술의 성장이라 할 에펠탑이라면 뉴욕은 개척정신처럼 우뚝 솟은 엠파이어 스테이드 빌딩을 내세운다. 런던의 랜드마크는 빅벤이다. 바로 영국 민주주의의 상징이다.
영국의 국회의사당은 낡고 비좁고 초라하다. 그러나 그 안의 분위기는 장중하다. 의사진행에는 룰이 있다. 의원들끼리 부를때는 서로‘존경하는 ○○의원님...’으로 시작해야 한다.
여야는 마주 앉아 있는데 스워드 라인이란 붉은 줄이 바닥에 그어져 있다. 누구도 이 선을 넘을 수 없다. 옛날 칼을 빼어 휘둘러도 닿지 않을 정도의 거리를 떼어 놓은 데서 유래한다. 만약 도를 넘는 행동을 하면 가발을 쓴 의장이 제재를 한다. 의장의 권위는 절대적이다. 반칙을 한 의원은 빅벤의 꼭대기 층에 갇히는 징계를 받는다. 여기서 계속 울리는 빅벤의 중소리를 들으며 반성을 하라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
우리의 국회는 어떤가? 의사당은 웅장하나 그 안은 시장바닥이다. 텔레비전에 비치는 모습을 보면 욕설과 고함, 몸싸움, 멱살잡이가 난무한다. 우리의 부끄러운 토론문화의 수준을 볼수 있다. 기묘하게도 이런 행태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하고, 사이비 단체에서는 민주투사로 부각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국감이 끝나면서 언론이 작성한 의원들의 성적표도 고함소리의 옥타브에 비례한 것 같아 씁쓰름하다. 그래서 언론 타는 의원일수록 전력도 화려하다.
이번 정기국회에서도 사정은 같다. 소리지르고 욕지거리하고 얼마후엔 속기록에서 서로 빼버리자고 한다. 공인이 공적인 기록을 서로 변조하자는 것이다. 옛날 우리 역사기록은 임금님도 변조하지 못했다. 서로 합의해서 빼고 넣고 할 수 있다면 뭐하러 속기를 하는가. 나중에 적당히 써 놓으면 되지.
며칠 전에는 장내를 선도하여야 할 의장마저 고함을 지르고 핏대를 올린 적이 있다. 우리도 빅벤 같은 것을 만들어 종소리를 듣고 반성하게 하면 효과가 있을까? 혼자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