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심층진단] 석달내 10만명 직장 잃을 위기

[심층진단] 석달내 10만명 직장 잃을 위기 또 다시 닥쳐오는 '실업대란' 경보 정부의 `11ㆍ3 부실기업 퇴출'과 대우자동차의 부도사태 등이 잇달아 터지면서 우려했던 실업대란이 현실로 닥치고 있다. 통계청과 금융권, 한국신용정보 등에 따르면 정리대상 기업에 소속된 근로자는 9만여명. 그 중 당장 실직위기에 처한 근로자만 2만 여명에 달하고 있다. 여기에 연쇄도산 위기에 놓인 하도급업체 근로자를 포함할 경우 앞으로 3개월 전후로 10만여명이 자리를 잃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정부의 구조조정이 늦어지거나 실패할 경우 9월말 현재 80만명의 실업자가 100만여명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정부의 대책을 촉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무튼 근로자들은 어느 겨울보다 혹독한 추위를 맞을 전망이다. 인천ㆍ경기지역의 경우 대우자동차의 최종 부도로 260여개 1ㆍ2차 협력업체 직원들은 임금은 커녕 추가감원 불안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연250억원 규모의 부품을 납품했던 남동공단 D기업 이모(48) 사장은 “대우차의 부도는 우리 회사가 쓰러진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3개월 전부터 할인해 쓴 어음을 갚고 경영정상화를 위해 12월까지 300여명의 직원들 중 80명 이상을 감원할 수 밖에 없다”며 구조조정을 기정사실화 했다. 대우자동차에 생산량의 80%(연120억원 상당)를 납품해온 S사 조모(40) 사장은 “대우차의 부도타격이 워낙 커 당장 문을 닫을 판”이라면서 “150여명의 근로자를 연말까지100명 선으로 조정할 계획이지만 일감마저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보다 더 심각한 업체도 많다. 경기도 안산 반원공단 내 컴퓨터부품 조립업체인 L전자는 근로자들의 바쁜 손놀림은 간데없고 음산한 분위기마저 감돌고 있다. 썰렁한 작업장에 50여명 남짓한 직원들만 2개 라인에 작업을 하고 있을 뿐 30여명은 2주째 무급휴가를 보내고 있다. 인사담당 김모(53) 상무는 “180여명의 직원 중 아직 40여명은 남아돌고 있어 노조측과 감원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전 `대덕밸리'도 초상집 분위기나 다름없다. 다른 지역에 비해 첨단업종이 밀집해 있는 이곳에는 불황이 장기화 되면서 상당수의 업체들이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티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기업들이 자금조달마저 어려움을 겪으면서 감원몸살을 앓고 있다. 올 연초 액면가의 10배로 공모에 나서 대성공을 거두었던 K사의 조모(42) 사장. 새로운 아이템의 상용화를 위해 자금조달에 나섰으나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해 `입'이라도 덜기 위해 11월 중 직원 80명 중 18명을 감원키로 했다. 인터넷 전자상거래 사업을 하기 위해 50여명의 직원들을 모집했던 G사는 계획자체를 일단 보류했고 생명공학분야의 간판급으로 알려진 H사도 창투사들의 투자외면으로 사업확장은커녕 대대적인 인원감축을 추진하고 있다. 섬유ㆍ자동차 부품업체가 몰려 있는 대구 달성공단도 실업의 찬바람은 어김없이 불고 있다. 금강화섬ㆍ대하합섬 등 대형 합섬사들의 부도가 난데다 자동차부품 업체들의 경우 삼성상용차의 퇴출과 대우차의 부도로 먹구름이 쌓여 있다. 창업 20년째인 N금속은 창사이래 처음으로 이 달 말까지 명예퇴직을 받고 있다. 이 회사는 매출의 70% 이상을 대우자동차에 납품했지만 대우의 부도로 경영자체가 흔들리고 있는 실정이다. 대구지역의 대우차 협력업체 종사자는 1만6,000여명, 삼성삼용차 협력업체 직원은 5,800여명으로 이들에 대한 구조조정도 시작한 것이나 다름없어 지역경제의 불안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같은 사정을 반영하듯 인력시장에는 건설ㆍ섬유ㆍ자동차부품 업체의 실직자들이 대거 몰리고 있다. 얼마 전 아파트경비 및 환경미화원 50명을 모집한 인력파견 업체인 D사에 무려 500명 이상이 지원, 벌써 실업난을 실감케 하고 있다. 울산지역은 현대건설의 경영악화로 500여개 전문 건설업체들이 감원바람으로 술렁거리고 있다. 가까스로 퇴출 살생부에서 살아난 근로자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 고합 울산공장 800여명의 직원들은 퇴출에서 제외되자 안도감을 표하면서도 추가 감원설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고합은 2공장 PTA(고순도텔레프탈산) 생산라인의 해외매각과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전제로 살생부 명단에서 일단 빠졌다. SK케미칼과 삼양사의 통합법인인 휴비스로 자리를 옮긴 300여명의 근로자들도 회사측이 원가절감 차원에서 생산설비의 중국이전을 검토하고 있어 일손을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박희윤기자 hypark@sed.co.kr 김태일기자 tikim@sed.co.kr 정부의 부실기업 퇴출과 대우자동차의 부도사태 등이 잇달아 터지면 실업대란이 사회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퇴출기업으로 판정난 모건설사 직원 2명이 회사부근 벤치에 앉아 앞날을 걱정하고 있다. 입력시간 2000/11/12 17:58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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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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