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통령 선거가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선거유세나 토론 과정에서 후보들의 사이버안보에 대한 입장이 본격적으로 논의되지 않고 있다. 정보통신정책 논의에서도 정보통신 최강국에 대한 장밋빛 비전에 가려 인터넷의 역기능과 사이버위협이라는 현실과 해결책은 뒷전이었다. 대선기간 동안 사이버안보 이슈는 무관심을 넘어 무시됐다. 이 이슈가 대선에 미칠 영향이 적다는 전략적 판단 때문인지 선거캠프의 전문성 부족 때문인지 모르지만 사이버공격으로 국가 기밀정보와 국민들의 개인정보, 기업의 지적재산이 유출되고 기반시설 공격으로 국가안보와 국민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이러한 무관심은 이해하기 어렵고 유감스럽다. 정보보호 대책 없이 정보통신의 발전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상식이 되고 사이버위협이 사이버공간을 넘어 현실의 위협으로 전이되고 있는 이 시대에 후보들은 마땅히 사이버안보에 대해 구체적인 해결책과 해결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물론 후보들의 공약을 살펴보면 곳곳에 사이버안보 관련 정책들이 숨어 있다. 보안업체 대표였던 안철수 전 후보는 개인정보보호 강화와 인증기술 선택권 보장, 대기업의 보안시장 독점방지, 사이버국방기술 전문연구소 설립 등을 약속했다. 박근혜 후보는 정보통신정책에 인증서비스 다양성 허용, 개인정보보호 및 사이버보안 관련 법제도 개정, 국방정책에 사이버전 대응능력 강화, 청년정책에서 공공 부문 네트워크 보안 인력채용을 통한 보안강화 및 청년층 일자리 확대를 공약하고 있다. 문재인 후보는 주민등록번호 수집 등 개인정보 수집행위의 원칙적인 금지를 공약하고 있다. 문제는 이 공약들이 선거에서 쟁점화되지 못해 후보들이 정확한 문제 의식과 전문성, 실현 가능한 대안과 실천의지를 가지고 있는지를 검증할 기회가 없었다는 점이다. 사이버안보 정책은 공약집을 채우기 위한 끼워넣기용 정책으로 전락한 느낌이다. 이는 미국 대선에서 후보들이 사이버안보 전문가를 측근에 두고 사이버안보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다양한 자리에서 적극 발표하고 사이버안보 거버넌스 등 구체적인 실현방안에서 타 후보와의 차별점을 명확히 부각시키려 노력한 것과는 비교된다.
사이버안보 이슈는 그 중요성과 심각성에 걸맞게 논의돼야 하며 대선은 후보자 각자 사이버안보 정책을 명확히 표명해 국민들이 좀 더 나은 대안을 선택할 기회를 줌으로써, 사이버안보 수준을 실질적으로 높일 수 있는 건설적인 과정이 돼야 한다. 대부분의 일상생활이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21세기 대한민국의 대통령 선거에서 보여지는 사이버안보에 대한 무시와 저평가는 아이러니이자, 우리 선거가 20세기 수준에 머물러 있음을 반증한다. 누가 당선되던 차기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안전한 미래와 번영을 위해 사이버안보 전문가의 참여하에 21세기의 변화된 안보 현실을 반영해 구체적인 해결책과 명확한 의지가 담긴 21세기 사이버안보 정책을 수립하고 실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