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가치 하락이 대세로 자리잡은 이후 시장 관심은 `과연 그것이 어디까지 떨어지느냐`에 쏠려 있다.
일본 엔화 대비 달러화의 경우 일본 정부의 강력한 시장 개입 의지로 지속적 하락 가능성은 크지 않게 전망되고 있다. 게다가 아시아 중앙 은행들의 시장 개입 사실이 공공연하게 받아들여지면서 시장에 풀린 달러가 유로화에 몰리고 있는 최근 현상 또한 엔화 약세를 지지해주고 있다. BNP파리바증권은 엔화 환율이 현재 일본 정부가 마지노선으로 삼고 있는 115엔 이하로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BNP의 레이몬드 푸는 일본 경제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고 있는데다 일본 금융기관들이 재차 공격적인 해외채권 매입에 나설 것으로 보여 엔화가 추가적 강세를 띄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스노 재무장관의 발언 이후 유로화 대비 달러가치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것과 달리 엔화는 달러에 대해 등락을 거듭하고 있는 점 역시 이미 급격한 변화는 마무리된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낳고 있다. 엔화는 이 달 들어 미 달러에 대해 116~118엔 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28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전날 117.30엔에서 118.63엔으로 오른데 이어, 29일 도쿄 외환시장에서도 118.81엔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일본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가 재발하고 있는데다 일본 정부 차원의 노력으로는 엔화 강세를 저지하기 힘들 것이란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반면 유로에 대한 달러화의 경우 하락을 지속, 올 연말 1.25~1.35달러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일본과 달리 유로 강세에 대한 유럽 중앙은행(ECB) 차원의 대응이 적극적이지 않은데다 미국과 유럽 지역간의 금리차, 미국의 쌍둥이 적자에 대한 우려 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주 올해 말 유로 전망치를 1.35달러로 제시했고, UBS워버그와 메릴린치는 유로화 가치가 올해 말 1.25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메릴린치는 달러가치 하락이 내년에도 지속되면서 내년 말 1.33달러까지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유로 가치 급상승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유로 지역 내에서 강력히 제기되면서 다음 주 ECB가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긴 하지만, 이러한 금리 인하로 인한 달러 가치 상승은 단기 조정에 그칠 거라는 분석이다. 국제경제연구소(IIE)의 프레드 버그스텐 소장은 “달러 하락은 미 경상수지 적자문제와 직결돼 있다”며 “경상수지 적자 폭 감소를 감안할 때 달러는 유로 당 최고 1.3225달러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윤석기자 yoep@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