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래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은 20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6개 대형 건설사 대표들과 간담회를 열어 "담합 업체에 대해 입찰 참가자격을 제한하는 국가계약법 관련 조항이 건설업계의 발전을 제약할 수 있다"며 "국가계약법 소관부처에 제도 개선을 요청하는 방안 등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담합을 견제하고 제재하는 공정위 수장이 담합에 따른 입찰 불이익을 구제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노 위원장은 "법 위반은 제재해야겠지만 건설업계의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시각이 있다"며 "담합 제재로 (건설업체의) 해외 사업 수주에 타격이 있다는 식의 주장은 많은 생각을 갖게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건설업이 우리 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지만 최근 어려움에 처했다는 점을 환기했다. 이어 "공정위가 입찰 담합을 강하게 규제해 (건설업계가) 더 어렵다는 얘기도 있더라"라며 "이런 얘기를 접하면 우리도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는 "공정위가 법 위반을 제재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건설업계의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시각과 담합 규제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시각 사이에서 항상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건설사 담합에 대해 "무턱대고 관용을 베풀 수는 없지만 공정위의 결정이 기업의 영업활동, 사업 등에 제약을 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공정위는 법 집행기관이어서 법을 신축적으로 운용할 수 없지만 제도 개선이 필요할 경우 관계부처와 적극적으로 협의하겠다는 게 노 위원장의 방침이다. 다만 건설업계의 담합에 대해 국민의 시선이 곱지 않다는 점을 주지시킨 뒤 건설업계 대표들에게 담합을 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최삼규 대한건설협회 회장은 이 자리에서 "건설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잇따른 담합 제재와 전방위 조사로 업계 전체가 고사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건설사가 잘못하면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하지만 그것이 업체만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나 사업별 특성에 기인한 부분이 있다면 (당국이) 조사나 행정처분에 더 신중해야 한다"고 고언했다. 중국·일본 등 경쟁국 업체가 한국 공정위와 검찰의 조사를 빌미로 집중적인 견제와 흑색선전을 펼치고 있어 건설업체들이 해외 수주에 심각한 악영향을 받고 있다는 게 최 회장이 전한 업계의 고충이다.
이날 간담회에는 최 회장 외에도 정수현 현대건설 대표, 이영호 삼성물산 부사장, 임경택 대우건설 수석부사장, 김동수 대림산업 대표, 임병용 GS건설 대표, 조기행 SK건설 대표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