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시대역행적인 10대그룹 증후군


공정거래위원회의 2013년 기업집단(그룹) 순위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재계가 '10대 그룹 증후군'을 앓고 있다. '10대 그룹' 멤버 가입이 해당 그룹 입장에서 자랑스러워야 할 사안이지만 올해에는 서로 10위권 안에 들어가지 않기만을 바라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이유는 곧 가시화될 새 정부의 경제민주화 칼날이 대기업 중에서 10대 그룹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경영권 승계 감시 강화, 기업 세금 규제 등 현재 논의 중인 각종 경제민주화 정책이 10대 그룹으로 초점이 맞춰져 있는 상태다. 여기에 지배구조 개선, 정년 연장, 일자리 창출 등 여러 정책의 타깃이 10대 그룹에 맞춰져 있다 보니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공정위가 4월 초에 발표할 2013년 기업집단 순위는 4대 그룹의 경우 현재 순위가 유지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그 이하에서 적잖은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삼성그룹이 지난 1년간 계열사를 4개, SK그룹이 9개 줄인 가운데 삼성ㆍ현대차ㆍSKㆍ엘지 등의 4대 순위에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7~10위권, 11~20위권에서 기업 순위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재계에서는 10대 그룹 진입을 꺼리는 지금 현상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경제민주화 정책을 수행하기 위해 10대 그룹을 중점적으로 조사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며 "10대 그룹에 포함된 것이 기업의 자랑이라기보다 경제민주화의 핵심 타깃이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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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의 걱정은 더욱 크다. A그룹 관계자는 "지난해 10위권 밖의 순위를 기록했다"며 "지난 1년간 계열사도 줄였는데 다른 그룹들도 같이 줄이면서 곧 발표될 공정위 발표에 10위권에 들어가지 않을까 걱정이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B그룹 관계자는 "올해는 특히 그룹 순위 10위권에 포함될 경우 경제민주화의 핵심 타깃이 될 것이 뻔하지 않냐"며 "10위권 이하는 그나마 사정이 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업은 모름지기 성장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어냄으로써 사회에 공헌하는 것을 본연의 소임으로 하고 있다. 이 같은 기업의 본성을 가로 막는 기업정책은 시대를 역행하는 것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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