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짙어지는 디폴트 그림자

우크라이나 "2년간 350억달러 필요"

5월 대선 후에야 서방 자금 지원

러는 천연가스 할인 중단 시사


우크라이나의 디폴트(채무불이행) 불안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과도정부는 긴급자금 지원을 요청하고 있지만 미국·유럽연합(EU) 등 서방의 지원은 오는 5월 조기 대선 이후에나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 우크라이나 경제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러시아는 권력교체에 격앙된 반응을 내놓으며 천연가스 가격할인 중단 등 제재를 시사한 상태다.

유리 콜로보프 우크라이나 재무장관 대행은 24일(현지시간) "앞으로 2년간에 걸친 약 350억달러의 자금 지원과 더불어 2주 내에 긴급자금이 필요하다"며 "미국·유럽 등에 지원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또 우크라이나 의회는 내부 혼란을 진정시키기 위해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의 측근인 이호르 소르킨 중앙은행 총재를 해임하고 시중은행장 출신인 스테판 쿠비브를 새로 선임했다.


하지만 서방국가들이 주장하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형태의 자금 지원은 5월 대선이 끝나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IMF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자금 지원이 이뤄지려면 IMF와 구조조정 프로그램 등 조건을 협상할 새 정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IMF로서는 지난 2010년에도 구제금융 협상 도중 에너지 보조금 폐지 등 문제로 결렬된 경험이 있기에 강력한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실행할 정부의 합의 없는 구제금융 패키지 시행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EU 역시 최대 6억1,000만달러를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지만 5월 이후 새 정부와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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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현재 최악의 상황인 우크라이나가 이때까지 버틸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콜로보프 장관 대행은 "현재 재정상황이 엄중하지만 통제 가능한 수준"이라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총체적 자본유출의 징조가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루보미르 미토프 국제금융협회(II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우크라이나에서 매달 빠져나간 자금이 최대 30억달러 선으로 추산된다"며 "경제의 붕괴를 막으려면 몇주 내로 당장 돈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골드만삭스의 추산에 따르면 현재 우크라이나의 외환보유액은 120억~140억달러 수준에 불과하다. 워싱턴포스트(WP)도 "EU가 우크라이나에 급히 브리지론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사정이 급박해지자 젠 사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미국이 IMF 구제금융 외에 이를 보완할 추가 지원방법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편 우크라이나의 상황에 침묵을 지키던 러시아는 이날 우크라이나 의회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는 이날 소치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에는 대화할 정부가 없다. 현재 국가기관의 합법성이 의심스럽다"며 "테러리스트 같은 정부와는 협력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의회의 합법성을 인정한 EU를 "정신착란"이라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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