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시장혼란 부추기는 물가당국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물가ㆍ통화정책을 수립하고 물가를 관리하는 쌍두마차다. 정책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여 국민과 금융시장으로부터 신뢰와 믿음을 얻어야 한다. 하지만 재정부와 한은은 스스로 시장신뢰를 상실하는 우(愚)를 범하고 있다. 재정부는 소비자물가지수(CPI) 산정 때 반영되는 항목을 변경한 데 이어 근원(core) CPI 항목도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근원 CPI의 경우 '농산물과 석유제품'을 제외한 물가지수로 집계하고 있는데 이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처럼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현행 근원 CPI는 489개 품목에서 53개 항목을 제외하지만 OECD 방식은 이 보다 훨씬 많은 141개 항목을 빼고 물가지수를 산출한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OECD 방식을 적용하면 올 들어 7월 기준 3.3%인 근원 CPI가 2.7%까지 떨어지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가파른 물가상승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재정부의 이 같은 정책변화는 다분히 착시효과를 노린 '꼼수'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기준금리 조절을 통해 통화정책을 수행하는 한국은행은 더욱 가관이다. 한은법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위원을 7명으로 구성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6명으로 운영된 지 1년6개월째다. 금통위 공석 기간으로는 역대 최장이다. 회의진행 인원인 5명을 채우지 못해 회의가 연기된 적도 두 차례나 있었다. 은행법이 명시한 대로 7명이 돼야지 기준금리 인상여부에 대해 위원들의 찬반 결정이 명확하게 갈린다. 6명일 경우 현행 기준금리를 변경하기 위해서는 4명이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 3대 3 동수가 나오면 이전 금리수준을 그대로 고수하도록 돼 있어 금리인상에 나설 수가 없다. 금통위 기준금리 결정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금융회사의 시스템 리스크에 주의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김 총재는 금통위 의장이다. 금통위가 시스템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공석 사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 한은과 금통위가 시장 신뢰를 잃어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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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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