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마시는 식초 판촉전 점입가경

CJ '미초' 70% 할인… 출혈경쟁도 불사<br>대상 "압도적 1위 지키자" 전단행사 활발<br>샘표 "우리가 2위" CJ와 점유율 신경전도

CJ '미초'

샘표 '백년동안'

대상 '홍초'

#서울시내의 한 대형마트 매장 입구. CJ제일제당의 발효식초 '쁘띠첼 미초(이하 미초)'를 쌓아둔 매대 앞에서 판촉사원이 기획상품 홍보에 열중하고 있다. 미초 청포도맛 2병과 블루베리 맛 1병이 들어있는 기획상품 가격은 1만3,900원. 미초 청포도맛 1병(900㎖)의 정가가 1만300원임을 감안하면 2개 값도 안되는 가격에 3개를 주는 셈이었다. 파격적인 할인 공세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나가던 손님들이 저렴한 가격에 관심을 보이자 판촉사원은 미초 한개를 즉석에서 테이프로 붙여 줬다. 미초 4병이 70% 가량 할인돼 개당 3,475원에 팔린 것이다. 떨이상품이나 다름없었다.

이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는 대상 '홍초'가 제품 2개를 1만5,800원에 파는 전단행사를 진행 하고 있었다. 경쟁사가 파격 세일을 감행하자 홍초 판촉원은 고객 카트 속에 담겨있는 미초 기획 상품을 유심히 쳐다보며 경계했다. 그는 "저쪽에서 후려치니까 우리도 본사에 지원을 요청할 것"이라며 스마트폰으로 경쟁사 제품을 찍었다.

마시는 식초 시장이 치열한 출혈경쟁에 돌입했다. 대상의 홍초와 CJ제일제당의 미초, 샘표의 '백년동안'이 서로를 견제하는 이 시장은 지난해 기준 760억원 규모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음용식초 시장의 후발주자 CJ제일제당이 식초의 톡 쏘는 맛을 순화한 미초 청포도를 출시하면서 판촉행사의 막이 올랐다.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70% 가까이 파격적 할인 공세를 펼치기도 하고, 마트와 손잡고 전단상품으로 매대에 올리는 일도 잦아졌다. 손님이 몰리는 주말에 시음 행사를 펼치는 것은 기본이다.

관련기사



한동안 잠잠했던 음용식초 시장은 업체들의 파격 공세에 점유율이 요동치는 모습이다. 심지어 업체가 마케팅을 위해 별도로 시장조사기관에 의뢰해 받는 '시장점유율' 자료마저 2, 3위 기업의 순위를 엇갈리게 내놓을 정도다.

대상과 CJ제일제당은 자사 취합 데이터 등을 기준으로 매출액 시장 점유율 순위가 4월부터 1위 대상, 2위 CJ제일제당으로 바뀌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밀려난 샘표는 AC닐슨 조사로는 여전히 샘표가 2위라며 반박에 나섰다. 영업 현장에서의 출혈 경쟁이 회사 간 신경전으로 확대되기도 한다. 대상 관계자는 "홍초는 2012년 61%, 2013년 59.7%로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라며 "후발업체는 손해를 보면서도 인지도를 높일 필요가 있지만 홍초는 시장 대표 제품인 만큼 출혈 경쟁은 자제하려 한다"고 말했다.

업계는 음용식초 시장 규모가 경기침체 여파로 2012년 860억원에서 지난해 100억원 가까이 감소했다면서 '덤 마케팅'에 나서지 않으면 현상 유지가 어렵다는 판단에 화력을 퍼붓고 있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신제품이 드문 이 시장에서 미초가 시선 끌기에 성공해 타사의 판촉 경쟁을 이끌어냈다는 분석이다. 샘표 관계자는 "그간 변화가 없었던 음용식초 시장에 미초 청포도가 등장하면서 마케팅은 물론 신제품 연구도 활발해진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올 초 CJ제일제당이 '1+1 마케팅'과 같은 제 살 깎아 먹기 판촉을 지양하겠다고 밝혔는데 손바닥 뒤집듯이 또 다시 출혈마케팅에 나선 것은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