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실적부진 문책… 회장단 승진… 재무통 약진

■ 삼성 연말 정기인사 키워드는


삼성그룹 정기 인사가 3주 앞으로 다가왔다. '어닝쇼크(실적충격)'를 기록한 삼성전자 등 전자 계열사들에 대한 문책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 잇따르는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주도하는 첫 번째 인사라는 점에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매년 12월 첫째주 사장단과 임원인사를 단행한다. 다음주까지 주요 사장과 임원에 대한 성과 평가가 마무리되면 이 결과를 토대로 대략적인 이번 인사의 밑그림이 만들어진다. 마지막 1주 정도에는 이 부회장 등 그룹 내 핵심 수뇌부가 최종 판단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삼성그룹은 줄곧 '성과 있는 곳에 보상 있다'는 인사 원칙을 지켜왔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내며 대규모 승진파티를 벌였던 삼성전자는 올해 이 원칙이 칼날로 되돌아오는 아픔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신종균 정보통신모바일(IM) 부문 사장은 그 중심에 서 있다. 갤럭시 신화를 쓰며 전세계에 삼성 스마트폰을 퍼뜨린 주역이지만 지난 3·4분기 영업이익이 전 분기보다 60%나 감소한 점이 이번 인사에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과거 '애니콜 신화'를 쓴 이기태 전 무선통신총괄 사장도 지난 2007년 1월부터 약 7년간 유지했던 자리를 최지성 현 미래전략실장(부회장)에게 넘겨줬는데 2006년 실적 부진이 주된 이유였다. 이 같은 점을 감안하면 이번 위기를 돌파하고 또 다른 신화 창조를 만들어갈 카드를 쓸 개연성도 있다.


같은 맥락에서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의 거취도 주목된다. 디바이스 솔루션(DS) 부문장으로 반도체 실적 호조의 공(功)이 있지만 삼성전자 전체를 통솔하는 대표이사로서 실적 부진의 과(過)도 그의 몫이다. 2년 반에 걸쳐 삼성전자의 얼굴 역할을 한 만큼 후배들에게 자리를 넘겨줄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후임자가 마땅치 않다는 의견이 상존한다. 전임자인 최지성 부회장의 대표이사 재임 기간도 2년4개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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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임원 수는 2011년 말 1,033명에서 2012년 1,112명, 2013년 1,236명으로 대폭 증가했다. 하지만 올해 2005년 이후 9년 만에 매출 역성장이 예상되고 9월 무선사업부 인력 500여명을 재배치하는 등 이미 임직원 구조조정이 시작된 만큼 사장단 인사에서 적지 않은 변화는 불가피하다는 게 안팎의 분석이다.

회장단 승진도 주목된다. 사실상 총수일가의 경영 주체로 올라선 이재용 부회장이 회장 자리에 올라 대내외에 안정적인 신호를 보내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이건희 회장의 와병 중에 회장 취임을 서두를 필요성은 크지 않다는 의견도 많다. 1987년 이 회장의 회장 취임 당시 나이는 45세였고 이 부회장은 현재 46세다.

부회장 승진의 경우 지난해는 한 명도 없었던 만큼 올해 1~2명의 승진자가 나올 수 있다는 게 재계 안팎의 관측이다. 매년 부회장 후보로 거론되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2010년 말 승진해 올해로 만 4년째이고 이 부회장이 사장 취임 2년 만에 부회장에 오른 점을 비춰볼 때 가능성이 충분하다. 안정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윤부근 소비자가전(CE) 부문 사장도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2015년 생활가전 글로벌 1위를 향해 달리는 윤 사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차원이다. 윤 사장은 내년 1월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박람회 'CES' 기조연설자로도 선정됐다. 신 사장도 그동안의 업적을 고려해 부회장으로 승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이기태 전 사장도 부회장 승진의 예우를 받은 전례가 있다.

실적 부진과 불확실한 경기 전망으로 이번 인사에서 '재무통'의 약진도 예상된다. 그룹 내에서 오랜 기간 재무 분야를 담당하며 '관리의 삼성'을 구축해온 이상훈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사장)이 부회장이나 대표이사에 오르거나 윤주화 제일모직 사장과 이선종 삼성벤처투자 사장이 중책을 맡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또 삼성이 매년 여성 임원 승진자를 늘려온 만큼 그 기조가 이어질지, 삼성전자가 새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사물인터넷(IoT)과 소프트웨어 분야에는 얼마나 힘을 실어줄지도 이번 인사에서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삼성의 한 관계자는 "시점으로 볼 때 연말 인사의 윤곽이 상당 부분 그려졌겠지만 한 명의 자리만 어긋나도 전체 판을 다시 짤 수 있는 만큼 예상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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