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서울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 정도 달려 도착한 경기도 남양주 진건읍 송능리. 진관산업단지를 지나 푸른 녹지 사이로 1만4,200㎡(4,300평) 부지에 6개동 건물로 구성된 순성산업 본사가 눈에 들어왔다. 1998년에 설립돼 증축과정을 거쳐 지금의 모습을 갖춘 순성산업 남양주 공장은 생산동과 물류동, 관리동과 기술연구소 등으로 구성돼 있다.
생산1부 건물로 들어서자 7개의 대형 사출기에서 3분에 1대 꼴로 유아용 카시트의 본체와 부속품들이 차례로 생산되고 있었다. 플라스틱 원료인 폴리프로필렌을 사출기 입구에 넣으면 안에 설치된 주물 틀의 모양에 따라 중간재로 탄생하게 된다. 사출기 끝 부분에서는 직원들이 생산된 중간재의 상태를 점검하느라 분주했다. 유아용 카시트 브랜드 가운데 사출 공정을 본사에서 직접 진행하는 업체는 드물다. 초기 생산라인을 외부 업체에 맡기는 것이 비용 절감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순성산업은 제품의 작은 부분 하나에도 철저한 안전 기준에 맞는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사출부터 봉제, 제품의 포장에 이르기까지 모든 공정을 본사에서 하는 것을 고집해 왔다. 이 같은 자체 생산 원칙과 안전 기준 관리에 힘입어 카시트 브랜드 최초로 모든 제품이 한국(KC)과 유럽(ECE), 중국(CCC) 3개국에서 안전 인증을 획득하는 신화를 이뤄냈다.
공정 중간에 무작위로 중간재를 선택해 내구성 실험을 진행하는 것도 순성산업의 자랑거리다. 안전띠를 고정할 때 사용하는 버클의 경우 고정과 해지 동작을 2만 번 반복케 해 상태를 점검한다. 카시트 본체는 장착 동작만 5,000번 실험하고 있다. 이재원 순성산업 전략기획 실장은 "고정은 물론이고 강한 충격이 발생했을 시 아이가 탈출할 수 있도록 잘 풀리기도 해야 하기 때문에 카시트의 안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버클"이라며 "횟수를 채우기 전에 결함이 발생하면 해당 중간재를 폐기하고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순성 기술 연구소에서는 일주일에 2, 3회 자동차용 어린이 보호장치(CRS·Child Restraint System) 테스트도 이뤄진다. 카시트가 설치돼 있는 좌석에 실제 자동차 충돌 사고 시 받는 충격을 인위적으로 가해 충돌 순간 카시트에 타고 있는 아이의 이동량과 충격량을 나이 별로 만들어진 '더미'라는 인형을 통해 측정한다.
이 실장은 "테스트 설비를 구축하는 데 10억원 이상 들었고 '더미' 한 마리당 2,000만~3,000만원의 비용이 들지만 교통사고 발생 시 아이의 생존율을 1%라도 더 높일 수 있는 안전한 카시트를 만들기 위해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순성산업은 카시트의 안전성을 높이는 디자인 개발도 자체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기술연구소 내에 디자이너와 설계사 4명을 둬 보여주기 위한 디자인이 아닌 안전을 실천할 수 있는 디자인을 만든다. 올해 7월에는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 중 하나인 미국의 'IDEA 디자인 어워드 2015'에서 동상을 수상한 바 있다. 순성산업의 주력 제품 라온 카시트는 제품 설계와 디자인을 동시에 진행해 아이의 머리 보호와 성장에 적합하도록 특화했다. 또 자녀가 있는 직원은 한 달 가량 샘플 제품을 사용하도록 해 소재부터 착용감 등 세밀한 부분까지 의견을 수렴해 사용자 편의를 고려한 제품을 시장에 내놓고 있다.
국내에서 약 120억원 규모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순성산업은 앞으로 수출을 늘려갈 계획이다. 현재 가장 많은 제품을 수출하는 국가는 중국과 러시아다. 이 실장은 "유럽과 중국에서 이미 안전 인증을 획득했고 제품의 경쟁력도 충분하기 때문에 수출 판로를 뚫어 나가는 것이 어렵진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