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을 원한다면 먼저 북한 주민들의 마음을 잡아야 하고 그러려면 인도적 지원이 조건 없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장형수(사진)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8일 통일연구원이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평화적 통일기반 조성을 위한 전략과 과제'라는 주제로 개최한 국내 학술회의에서 "몇 가지 조건들만 충족한다면 인도적 지원은 정치상황과 돌발변수에 상관없이 제공돼야 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북한 주민들에게 식량·의료 지원이 꼭 필요하고 최종 수요자인 주민들에게 전달되는 것이 모니터링을 통해 확인된다면 지원에 이유를 달 필요가 없다"며 "역대 정부가 북핵 문제와 연결시키는 것은 인도적 지원이 아닌 그냥 정치적 거래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통일의 필요조건으로 우선 북한 주민들이 남한과의 통일을 원하고 이러한 북한 주민의 의사를 대변하는 북한 정권의 수립, 그리고 한반도 주변국 등 국제사회의 협조 등을 꼽았다.
그는 "세 가지 조건 충족은 현 김정은 체제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며 "주변국의 제재·압박만으로 북한 정권의 변화를 이끄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북한 내부로부터의 변화를 촉진시키는 중장기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5·24조치 이후 남북교류 중단은 지난 정권과 현재 박근혜 정부에서 명분상 옳더라도 통일을 준비하는 관점에서 변화가 필요한 정책이며 북한 주민들과의 접촉면을 넓히는 사업을 지속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는 게 장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박근혜 정부가 강조하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등 북한을 포함한 다자간 경제협력 사업도 전시성 정책으로 흘러가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이 같은 경협 모색은 5·24조치로 교류가 묶여 있는 상황에서 다른 활로를 찾고 통일의 국제적 여건 조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라며 "하지만 결국 사업의 성공은 수익성과 경제성에 달려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적 관점에서 통일을 대비하는 가장 바람직한 방안은 우리 경제력을 최대한 키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990년 경제력 세계 3위의 서독은 외부지원을 사절하고 자신 있게 동독과의 통일협상에 나섰었다.
그는 "우리는 서독보다 불리한 경제여건으로 통일을 맞을 가능성이 높으며 그 상황에서 우리 능력에 맞게 통일 작업을 전개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채무비율 30%대, 잠재성장률 3%대를 유지할 수 있다면 경제적 측면에서 통일에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이 같은 기조를 유지하려면 국회가 정부 재정적자 상한선을 설정하는 미국처럼 빚을 줄이고 재정건전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통일 이전에 도입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