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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분석] 매몰비용 난제 여전… 대안정비사업 지지부진… "출구는 없었다"

■ 미봉책으로 끝난 뉴타운 출구전략

606곳중 188곳 개발무산됐지만 추진주체 있는 구역은 10%불과

출구전략으로 시장심리 쏠리며 안해도 될곳까지 해제 부르기도

서울시의 뉴타운 출구전략이 막바지에 다다랐지만 매몰비용 등의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아 '출구 없는 출구전략'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출구전략 발표 이후 조합이 해산됐다가 지난 4월 조합 해산이 무효라는 법원의 판결을 받은 사당1구역 전경. /서울경제DB


지난 2011년 말 사업시행인가를 받고 관리처분계획을 준비하던 서울 동작구 사당1구역은 이듬해인 2012년 초 서울시가 뉴타운 출구전략을 전격 발표하면서 상황이 급격히 바뀌었다. 결국 그해 9월 주민 237명 중 123명(51.9%)이 관할 구청에 조합해산동의서를 제출했고 두 달 뒤 사업은 무산됐다. 문제는 1인당 2,363만원에 달하는 매몰비용. 시공사인 삼성물산에 사업비 40억4,000만원을 빌려 썼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사업추진 찬성과 반대로 나뉜 주민들의 다툼이 이어졌으며 올 4월에는 법원이 조합 해산이 무효라는 1심 판결을 내렸다. 출구전략은 주민에게 상처와 불어난 이자만 남긴 채 2년 만에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기 박원순호(號)가 닻을 올리면서 서울시의 뉴타운 출구전략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오히려 뉴타운 출구전략은 실태조사와 구역 해제작업이 마무리되고 있음에도 여전히 더 큰 갈등의 불씨를 키우고 있다. 전체 600여개 뉴타운·재개발 구역 중 188곳의 개발이 무산됐지만 갈등의 온상이라고 할 수 있는 추진위 이후 단계는 열 곳 중 한 곳 정도만 해제됐을 뿐이다. 더욱이 조합 이후 단계 사업의 매몰비용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라 출구를 선택했던 구역들은 되레 갈등이 증폭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반이 넘는 곳이 구역해제된 추진위 이전 단계의 구역들도 갈 길 잃은 모습이기는 마찬가지다. 정책 당국이 뉴타운·재개발의 출구로 마련했던 대안정비사업을 선택한 곳은 20%도 채 되지 않는다.

◇추진주체 있는 사업지 해제 10%에 불과=10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최근 추진주체가 없는 뉴타운·재개발구역 180곳의 실태조사를 끝내고 각 구역에 결과 통보를 완료했다. 현재 주민 의견을 청취하고 있는 마지막 한 구역의 해제 결정이 끝나면 2년을 끌어온 출구전략이 사실상 마무리된다.

144곳이 실태조사를 신청한 추진위원회 이후 단계 사업지도 마지막 14곳의 조사 결과를 이르면 6월 말까지 주민에게 통보할 예정이다. 이들 구역의 해제신청은 내년 1월까지 가능하다.

서울시의 출구전략을 통해 전체 뉴타운·재개발·재건축구역 606곳(추진주체 없는 구역 266곳, 추진주체 있는 구역 340곳) 중 구역지정이 해제된 곳은 5월 말 현재 모두 188곳이다.

문제는 출구전략의 실질적인 '타깃'이었던 추진위 이후 단계 사업지에 대한 이렇다 할 실적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사업이 무산된 전체 188개 구역 중 추진위 이후 단계 사업지는 46곳뿐이다. 소송 등으로 해제된 9곳을 제외하면 추진주체가 있는 구역 전체 중 10.8%(37곳)에 불과하다.


◇출구 없는 출구전략…매몰비용 여전히 난제=원인은 매몰비용에 있다. 그동안 사업 추진에 사용했던 비용을 보전할 방법이 없어 출구를 선택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것. 서울시 추정 매몰비용은 추진위 단계가 997억원, 조합 이후 단계는 1조3,000억~1조6,000억원에 달한다. 추진위는 구역당 평균 3억~4억원, 조합은 40억~50억원을 부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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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 궁여지책으로 시공사가 대여비를 손비처리하면 법인세를 감면해주는 방식으로 매몰비용을 일부 보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지만 아직까지 이를 받아들이겠다고 나서는 건설사는 없다.

대형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분명 법인세 감면을 받고 손비처리하는 게 합리적인 사업장도 있지만 다른 구역에 미치는 영향까지 감안하면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라고 말했다.

시 재정으로 70%까지 보전이 가능한 추진위원회 단계도 실적은 단 한 건에 불과하다. 출구전략이 의도는 좋았을지 몰라도 결과적으로 무책임한 정책이 돼버렸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비업계의 한 전문가는 "이미 일몰제를 통해 사업성이 없는 곳들은 자동으로 해제될 수 있도록 법이 마련됐음에도 서울시가 출구전략을 통해 주민 심리를 자극해 갈등이 커진 면이 있다"며 "긍정적인 면도 있었지만 출구전략의 전제인 매몰비용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탓에 결국 타초경사(打草驚蛇·풀을 두드려 뱀을 놀라게 함)의 우를 범한 꼴이 돼버렸다"고 말했다.

◇추진위 이전 구역도 출구 없기는 마찬가지=출구가 없기는 추진위 이전 단계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전면철거방식의 뉴타운·재개발의 대안인 보존형 소규모 정비사업 모델의 법적 근간이 마련됐다지만 이를 선택한 구역은 극소수다.

구역이 해제된 뉴타운·재개발구역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주거환경관리사업과 가로주택정비사업 두 가지다. 도로나 주차장 등 기반시설을 지방자치단체가 설치해주고 각 주택은 집주인이 보존형으로 개발하는 방식으로 정비구역에서 해제된 곳을 대상으로 한다. 현재 사업을 완료했거나 진행이 되고 있는 45곳 중 기존 뉴타운·재개발에서 전환된 곳은 25곳뿐이다. 20가구 안팎의 노후주택을 단위로 개발이 가능하도록 도입된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추진되는 곳이 한 곳도 없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실패가 예견됐던 결과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한 정비사업 컨설팅업체 대표는 "시가 과도한 가치판단으로 출구전략을 펼치면서 시장 심리가 한쪽으로 쏠렸다"며 "이 때문에 추진위 이전 단계의 경우 실제로는 그러지 않아도 될 구역들까지 사업이 무산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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