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외줄타기 게임

최인철 금융부 기자 michel@sed.co.kr

[기자의 눈] 외줄타기 게임 최인철 금융부 기자 michel@sed.co.kr 아주 위험한 게임 이론으로 치킨 게임(Chicken game)과 벼랑끝(Brinkmanship) 협상전술이라는 게 있다. 치킨 게임은 과거 50~60년대 미국에서 유행하던 자동차 경주에서 유래했다. 대결에 나선 두사람이 각자 전속력으로 차를 몰아 부딪히기 직전에 누가 먼저 피하느냐로 승부를 결정짓는 방법이다. 먼저 피하는 사람이 소위 겁쟁이(치킨)가 되는 셈이다. 벼랑끝 전술의 대표주자는 북한. 핵문제와 관련, 사용해온 협상전술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11월 이후 최근까지 LG그룹과 LG카드 채권단이 벌이고 있는 ‘협상’을 보면 두 가지 게임 이론이 모두 적용되는 ‘외줄타기’가 진행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LG카드 채권단은 LG그룹과 2~3개월의 지루한 협상을 진행하면서 LG그룹에서 내놓아야 할 카드 정상화 분담금을 올리기 위해 ‘청산’이라는 극한적인 카드까지 동원했다. LG그룹 역시 시간을 끌며 외국계 금융기관으로부터 외자유치를 얻어내는 데 성공했지만 채권단의 기대치(1조원)를 충족하지 못해 결국 ‘금융업 포기’라는 극한적 상황에 도달했다. 지루한 분담금 실랑이는 두달이나 지난 올해 1월 LG그룹이 1조1,750억원을 LG카드 정상화에 지원하기로 결정하면서 일단락됐다. 이로부터 11개월이 지난 최근 다시 LG카드 추가 출자전환 문제를 놓고 채권단과 LG그룹이 협상장에 앉았다. 하지만 연말이라는 마지막 협상 시한을 놓고 LG카드 채권단과 LG그룹이 다시 지난해와 같은 극단적인 협상을 재현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채권단을 대표하는 유지창 산업은행 총재는 최근 “LG그룹이 이번 출자전환에서도 성의를 보이지 않으면 LG카드를 청산할 수 있다”고 초강수를 제시했다. LG그룹도 각 계열사가 알아서 할 문제라며 ‘출자전환 거부’ 의사로 맞서고 있다. 경험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쓰라린 현실이 재현될 뿐이다. LG카드 채권단과 LG그룹은 지난해 ‘LG카드 사태’가 몰고 왔던 후유증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차원에서라도 ‘솔로몬의 지혜’를 찾아야 한다. 입력시간 : 2004-12-10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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