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장애인 '항거불능' 해법 될까

내년 3월 시행 '아동·청소년 性보호법'<br>법원 "유리한 조항 포함"<br>장애인 단체 "만족 못해"

장애인 성폭력 사건에서 자주 언급되는 '항거불능' 조항의 한계를 내년 3월부터 시행되는 '아동ㆍ청소년 성 보호법'이 해결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달 공포돼 내년 3월부터 시행되는 해당 법 조항은 장애를 이용해 성폭력을 행사한 가해자에게 피해자의 대응과는 관계없이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최근 논란을 빚은 '항거불능' 문구가 조항에서 아예 빠진 것이다. 이에 따라 일선 재판부는 무리하게 항거불능 조항에 맞춰 법을 해석해야 했던 상황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환영하는 분위기다. 현재 장애인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 검찰이 적용할 수 있는 법은 형법과 성폭력 특례법이다. 이 가운데 형법은 위계에 의한 성폭행을 처벌하고 있지만 최대 형량이 징역 5년이기 때문에 성폭력 특례법을 적용하는 것보다 법정형이 상대적으로 낮다. 다만 징역 3년 이상의 형을 선고할 수 있는 성폭력특례법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범죄를 구성하는 요건인 항거불능 상태를 검찰 측에서 입증해야 한다. 지난달 신설된 아동ㆍ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제11조2항)은 항거불능 상태가 아니더라도 피해자가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이용한다면 가해자를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행법은 신체ㆍ정신적인 장애가 있는 사람을 상대로 한 성폭력 범죄더라도 항거불능인 상태를 이용했다는 점이 증명돼야만 무거운 처벌을 받았다. 최근에는 대전 지역 고등학생 16명이 한 달간 지적장애 중학생을 집단으로 성폭행했지만 항거불능 상태가 아니라는 주장 때문에 가해자들을 불구속 기소하는 데 그치면서 해당 조항의 법적 한계가 자주 지적돼왔다. 실제 사례에 법을 적용해야 하는 재판부에서는 신설 법안 덕택에 무리한 해석이 줄어들 것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 2007년 대법원에서 항거불능 상태를 판단할 때는 피해자의 장애 정도를 비롯해 주변상황과 피해자의 인식 등 종합적인 판단이 필요하다는 판결을 내리기는 했지만 현실의 다양한 사례에 맞춰 법을 해석하는 데는 무리가 따랐다는 인식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장애인 성폭력 사건은 흉기 사용이나 폭행이 없는 사례가 대부분이라 항거불능 조항을 해석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며 "애매한 사례의 경우 최대한 항거불능 상태를 넓게 해석해왔지만 한계는 있었다"고 말했다. 장애인 관련 단체에서는 새롭게 만들어진 조항에도 탐탁지 않은 반응이다. 장명숙 한국장애인여성 연합 상임대표는 "성폭력 피해자가 장애인인 경우 항거불능이라는 조건이 먼저 언급되는 상황이 통탄스럽다"며 "새로운 법 조항 역시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장애여성공감 측 관계자도 "신설 조항에서도 장애 여부를 가려야 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장애인 인권상황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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