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美경기 양극화 조짐

미국 경제가 양극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중앙은행의 공격적인 금리 인하로 증시가 회복하고, 미국인들의 소비심리와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고, 공장 주문량이 늘고 있다. 이에 비해 기업 부문에서 쏟아져 대량 실업은 경기 회복의 견인차인 소비 심리를 떨어뜨릴 가능성을 낳고 있다. 또 최근에 발표된 각종 지표를 종합하면 제조업에서 시작된 경기 둔화가 서비스업으로 확대되고, 미국 전역에서 불경기가 감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 경제가 최악의 위기는 벗어나고 있지만, 실업률 상승등 경기 둔화 여파가 확산되고 있어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늦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가 반영돼 뉴욕증시의 다우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3일 큰 폭으로 하락했다. 미국 경제의 둔화와 회복의 방향이 만나는 접점은 여전히 왕성한 미국인들의 소비심리로 파악된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주식시장 회복을 통해 소비 확대를 자극하고, 경기를 회복시키는 선순환을 지속하기 위해 오는 15일 0.5% 포인트의 금리인하를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용시장 불안 4월중 미국의 실업률(4일 발표)에 대한 뉴욕 월가의 컨센서스는 4.4%다. 이는 전달보다 0.1% 포인트 상승한 수준이다. 월가의 이코노미스트들은 현재의 추세로 가면 실업률이 연말에 5%, 내년에 6%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실업률은 지난해 9월 30년만에 최저인 3.9%를 기록한 이후, 기업들이 경기 둔화 극복 수단으로 인원 감축을 단행하면서 늘어나는 추세에 있다. 실업률이 늘어나면 미국인 가정의 씀씀이가 줄게 되고 소비 위축으로 이어진다. 아직은 미국의 소비심리가 강세를 보여 제조업체에서 만들어낸 제품을 소화하고 있지만, 실업률이 높아질 경우 소비가 줄어들 것은 필연적이다. 고용동향 지표에 앞서 발표된 신규실업 급여 신청자수는 42만1,000명으로 전주에 비해 9,000명 늘었고, 이는 5년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직업알선 회사인 챌린저, 그레이&크리스마스에 따르면 지난 4월 미국 기업이 쏟아낸 정리해고자수는 16만2,800여명으로 이 회사가 지난 93년 조사를 실시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드러냈다. ◇경기 둔화 파장 확산 미국구매자관리협회(NAPM)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비제조업(서비스업)의 지수는 3월 50.3에서 4월엔 47.1로 급감했다. 월가의 컨센서스는 50.6으로, 서비스 분야의 수요가 살아날 것으로 기대됐지만, 제조업의 경기 부진이 서비스업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음이 확인됐다. FRB는 최근 공개한 베이지북을 통해 지난 3월과 4월초에 미국 각지방에서 경제활동이 둔화되고 있음을 감지했다고 밝혔다. 제조업 밀집지대인 동부와 중부, 그리고 서부의 실리컨 밸리등에서 시작한 불황이 미국 전역으로 번지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뉴욕 소재 경기사이클 연구소의 랙쉬맨 에이추던 소장은 "국내총생산(GDP)은 경기 선행지수가 아니다"고 전제, "1분기 GDP가 예상보다 높게 나왔지만, 실업이 급증할 경우 경제가 잘못될 길을 갈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경기 회복의 조짐 경기회복을 보여주는 지표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1분기 GDP성장율은 전분기보다 2배나 높은 2%로 나타났고, 2월 공장 주문량이 1.8% 증가했다. 3월 산업생산지수가 6개월만에 플러스로 전환했고, 주택거래량이 늘어나고 있다. FRB의 금리인하 정책이 먹혀들어가고 있는 증거들이다. 미국의 경제학자들은 최근의 거시 지표를 근거로 할 때 미국 경제가 침체(recession)을 피했지만, 이를 막기 위해 금융 및 재정등 거시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매사추세츠 공대(MIT)의 폴 크루그먼 교수는 뉴욕타임스 기고를 통해 거시지표에 좋은 징조들이 나타나고 있지만, 경기 하강을 저지하려면 FRB가 공격적인 금융정책을 단행, 빠른 속도로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디트로이트 뉴스의 컬럼니스트 토머스 브레이는 월스트리트 저널에 실은 글을 통해 민주당이 조지 부시 행정부의 감세정책에 협력할 것을 주장했다. /뉴욕=김인영 특파원 in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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