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부도공포 대형 업체까지 확산(96 건설·부동산 결산)

◎우성이어 동신도… 올들어 186개사 쓰러져/출혈경쟁·불황 주인, 다각화·내실경영 시급올해 건설업계는 부도로 시작해 부도로 끝을 맺게 됐다. 연초 우성건설의 부도 이후 수많은 건설업체가 명멸했으며 지난 21일 가장 튼튼한 업체 가운데 하나로 알려진 (주)동신의 침몰로 한해를 마감하게 됐다. 건설업계가 어려운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 90년 9백18개사에 불과한 일반 건설업체가 이제는 3천5백43개사로 늘었다. 4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반면 이들의 일용양식인 수주물량은 90년 26조3천억원에서 96년 36조3천억원(90년 불변가격 기준)으로 1.8배 늘었을 뿐이다. 공사물량은 산술급수로, 업체는 기하급수로 증가한 것이다. 올해는 불황까지 겹쳐 부도업체가 속출한 것은 당연하다. 부도업체는 90년 3개사에서 줄곧 증가해 올해는 1백86개사로 늘어났다. 적자업체도 지난해 기준 9백5개사로 3개사에 하나꼴로 적자를 본 셈이다. 이 영향은 건설업계에만 미치는 것이 아니다. 하도급업체와 자재업체는 물론 대다수 주택수요자에게 엄청난 손해를 끼치게 된다. 이같은 결과를 반영하듯 연초에 터진 우성건설의 부도는 건설뿐만 아니라 전체 경제계에 엄청난 충격을 줬다. 도급순위 18위의 초대형건설업체가 한순간에 무너지며 결국 제3자 인수로 결말이 났다. 1만5천여가구의 아파트 입주지연, 2천여 하도급업체의 연쇄부도우려, 보증을 선 업체들의 심각한 경영난 등 아직도 완전히 해결되지 않고 해를 넘기게 됐다. 막판에 터진 동신의 부도는 올해 건설환경의 심각성을 보여준 완결판이다. 동신은 90∼93년 4년 연속 건설업체 최우량기업으로 선정된 업체다. 대부분의 건설업체들이 7백%가 넘는 부채비율을 보일 때도 이 업체는 2백%가 채 안되는 부채비율을 자랑하며 고군분투했었다. 그러나 결국 수주물량의 급감과 미분양아파트 적체, 단국대부지사업에 투입한 자금의 회수지연 등으로 회사창립 20주년을 1년 앞두고 중도하차했다. 올해 대형건설회사들의 잇단 부도가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다. 우선 재벌그룹에 속하지 않은 업체는 언제나 도산의 위험이 상존한다는 사실이다. 많은 건설인들은 의지할 곳 없이 오로지 자기 힘만으로 사업을 하기에는 이제 건설업이 무리라고 생각한다. 아파트 등 주택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는 더더욱 위기감을 느끼며 사업을 해야 할 것 같다. 올해 부도를 낸 대형업체들은 모두 주택전문회사인 상황에서 많은 업체들이 사업다각화를 꾀하며 첨단 산업에 진출하고는 있지만 경험과 자금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내년에도 사업환경은 나아지기는 커녕 악화돼 오히려 생사의 갈림길에 직면하기가 쉬울 것같다. 내년 1월1일이면 드디어 공공건설시장이 외국에 개방된다. 안그래도 한정된 시장에서 출혈경쟁을 해오던 건설업체들은 이제 훨씬 힘세고 돈많은 외국의 골리앗들을 상대해야 된다. 이에 따라 국경없는 무한경쟁시대를 맞아 중소기업의 몰락과 대기업의 하도급업체화가 우려되고 있다. 물론 국내 시장을 개방한 대신 이를 외국 건설시장에 본격 진출하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다. 최근 동아건설이 리비아대수로 3단계 공사를 51억달러에 수주한 것은 그 의의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또 많은 업체들이 단순 수주에서 탈피, 투자개발형사업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도 내실경영을 위해 바람직한 현상으로 받아 들여진다. 사업환경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인력양성과 기술력배양만이 살길이다. 이에 대한 경영자의 적극적인 의지와 이를 뒷받침하는 과감한 투자만이 내년의 건설시장개방을 맞는 버팀목이 될 것이다. 국내 건설업계가 개방 원년의 파고를 어떻게 넘을지 귀추가 주목된다.<한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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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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