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서울銀 진로 두갈래 압축

컨소시엄에 매각-우량은행에 합병'기업컨소시엄으로의 매각이냐, 우량은행과의 합병이냐' 해외매각이 무산된 서울은행 진로가 ▦동양을 주축으로 한 국내 재벌로의 매각과 ▦신한 등 우량은행으로의 피합병 등 양대 구도로 사실상 압축됐다. 독자생존은 은행산업의 대형화 추세에 맞지 않고, 우리금융지주사로의 편입은 '부실 공룡'을 탄생시킨다는 점에서, 조흥ㆍ외환은행 등과의 합병은 공적자금 추가 투입이 필요해 일단 구도에서 멀어지는 상황이다. ◇서울은행, 독자생존 안되면 재벌에 팔아라 서울은행측 입장은 한마디로 은행 실체(entity)를 이어가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국내 다른 은행과 합병할 경우 은행 실체는 사실상 사라질게 뻔하기 때문. 감원도 대폭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 서울은행이 3,800명의 인원에 자산 20조인 반면 우량은행인 신한은행은 4,300명에 자산은 57조다. 최소 30% 이상의 감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강정원 서울은행장도 "현재로서 최우선 과제는 금융전업 그룹으로의 매각"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나타난 가장 강력한 인수 후보는 동양그룹. 그러나 은행법 개정안을 보면 동일인 지분 한도인 10%(의결권은 4%만 가능)까지만 소유가 가능하다. 서울은행 지분을 정부가 100% 모두 갖고 있기 때문에, 경영권을 행사하려면 다른 그룹과 연합체를 형성해야 한다. 강 행장이 언급한 이른바 '기업 컨소시엄'이다. 여기엔 동양 외에 4개 그룹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동부ㆍ동원 등이 지목되고 있다. 일각에서 떠돌았던 삼성이나 롯데 등의 인수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하지만 재벌로의 매각은 인수 후보자의 준비기간(금융전업그룹 요건을 맞추기 위한 계열분리:그룹내 금융업 비중 75% 이상)이 필요하다. 동양의 경우 동양메이저에서 시멘트 부분을 떼어내면 되지만 그룹 모태인 시멘트를 분리하는데 부담을 갖고 있다. 동양그룹측이 시멘트 지분을 갖고 있으면서 경영에서 손을 떼는 방식을 검토중인 것도 이때문. 하이닉스반도체의 경우 일정기간내 지분을 팔되, 계열사들이 주채권은행에 주주권포기각서를 제출하는 식으로 계열 분리됐다. ◇합병의 한계 국내 다른 은행과의 합병은 은행산업의 대형화를 촉진시킨다는 잇점이 있다. 그러나 공적자금 투입은행과의 합병은 추가 세금투입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현실적이지 못하다. 유지창 금감위 부위원장도 "공적자금 추가 투입은 없다"고 강조했다. 조흥ㆍ외환 등에 서울은행과의 합병을 계기로 공적자금을 추가 투입, 정상화 기회로 삼을 것이란 관측에 쐐기를 박은 것이다. 우량 시중은행과의 합병도 한계는 적지않다. 우선 필요한게 대규모 감원인데, 대선을 앞두고 노동계의 반발을 불러 일으킬게 뻔하다. 풋백옵션(추가 부실 발생에 따른 손실 보전)이나 우선주 매입 방식의 지원도 필요하다. 우량은행들은 벌써부터 서울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10%를 넘는다는 정부 발표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매입 가격을 낮추자는 의도다. ◇정부 의도는 무엇인가 금융당국은 은행 산업 대형화를 위해 다른 우량은행과의 합병이 최선이란 점에 공감한다. 그러나 노동계 반발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에 큰 부담을 갖고 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과연 대규모 군살빼기를 할 수 있겠느냐"며 대폭 인원 감축에 대해 회의감을 표시했다. 그는 오히려 "서울은행을 재벌에 매각하는 것은 국내 금융산업 구도상 여러 각도에서 상징적 '사건'"이라고 강조, 무게추를 재벌로의 매각에 옮겨 놓고 있다. 재벌에 매각할 경우 국내 은행산업에 또다른 축을 형성할 수 있고, 다른 공적자금 투입은행의 민영화 작업에도 기폭제가 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다. 김영기기자 김민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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