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소비도 ‘무풍지대’ 우리사회 성숙됐다

탄핵정국에서도 경제가 정치에 휘둘리지 않고 있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로 풀이된다. 첫째 사회 전체의 수준이 한단계 성숙됐다는 점이다. 정치와 경제가 별개로 움직이는 선진형 시스템이 일부나마 확인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두번째는 정부의 위기대응시스템이 기민하게 작동했기 때문이다. 특히 총선을 의식한 선심성 정책이라는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소신행정을 펼칠 수 있게 된 점이 `정치에 발목 잡히지 않는 경제`의 배경으로 평가된다. 남은 것은 이 같은 구도를 어떻게 계속 이어가야 하는 점이다. 탄핵정국이 장기화하면 국론이 분열되고 경제도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탄핵정국이 슬기롭게 극복될 경우 국민적 힘이 결집돼 경제도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환율ㆍ금리 동요 없었다=외환ㆍ채권시장은 이번 주 들어 탄핵정국을 완전히 벗어났다. 환율은 사흘연속 큰 폭으로 떨어져 오히려 원화강세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엔화가 미국 달러화에 대해 초강세를 보이면서 원화도 동조현상을 보이고 있다. 외환시장은 `정정불안→경제불안→국가신인도하락→원화가치하락`의 악순환구조와 무관하게 세계 시장의 주요 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함으로써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 금리 역시 탄핵안 가결전과 비슷한 4.60%(국고채 3년물 기준) 언저리를 맴돌고 있다. 이번 주 들어 하루 등락폭도 0.02~0.03%포인트에 불과해 채권값은 매우 안정된 움직임을 보였다. 시중 유동성이 어느 때 보다 풍부하지만 안전자산으로의 `돈 쏠림`현상은 거의 일어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주식시장은 탄핵전수준 넘어=주가는 나흘만에 탄핵정국전 지수대를 넘었다. 외국인투자가들의 관망하는 가운데 개인투자자들의 `U턴` 움직임까지 나타났다. 신성호 우리증권 상무는 “탄핵안 가결일인 지난 12일의 경우에도 스페인 동시다발 테러의 악재로 인해 전세계가 동반하락 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증시는 우려와 달리 안정된 흐름을 이어갔다”고 평가했다. 외국인들의 대량매도도 없었다. 외국인은 탄핵안 국회통과 당일이 지난 12일에는 오히려 419억원을 순매수했고, 본격적인 파급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15일과 16일 각각 465억원, 1,421억원의 매도를 보였지만 17일에는 458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전체적으로 소폭 순매도이지만 이런 정도라면 매도세보다는 `관망세`라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외국계 증권사들도 대부분 탄핵 정국이 미칠 증시 영향이 크지 않다는 쪽에 무게를 실은 보고서를 내놓았다. 임태섭 골드만삭스증권 전무는 “한국의 정치적인 불확실성은 새로운 사실이 아니며 펀더멘털에 영향을 미치지도 않는다”며 “한국의 경제 펀더멘털은 여전히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소비도 줄지 않았다=유통ㆍ식품 등 내수업체 역시 별다른 영향을 받고 있지 않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탄핵후 첫 주말인 13, 14일 매출은 일주일전 이었던 6,7일에 비해 오히려 12% 가량 매출이 늘었고, 전년동기 대비로도 23%나 늘었다. 할인점인 이마트도 2주전 주말이었던 28, 29일보다 매출이 5% 늘었다. 식품업계는 대통령 탄핵사태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술소비는 오히려 늘고 있다. 홈쇼핑업계는 탄핵안 가결 당일인 12일 시청자들의 관심이 뉴스 채널과 지상파 방송으로 집중되면서 12일 매출이 소폭 줄었었지만 다음날부터는 평상 수준을 회복했다. 그러나 전자제품 판매는 지난 주말부터 매장내 주차차량이 평균 15% 가량 감소해 울상을 짓고 있다. 테크노마트 관계자는 “탄핵 이후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로 인해 매장을 찾는 고객이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경기 불황 등의 영향도 반영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현석기자, 조영훈기자 hnsk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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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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