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후진타오, 김정일 건강 배려·경협 최적 장소 판단한 듯

[김정일 防中] ■왜 창춘인가<br>북핵 6자회담 문제 등 폭넓은 의견교환 가능성<br>이후 동선 여전히 안갯속 訪中일정 속단 어려워



전격적이면서도 극비에 부쳐졌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방중 의도와 행보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베이징 등 복수의 유력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방중 이틀째인 27일 김 위원장의 창춘행이 후진타오 중국 국가 주석과의 정상회담이 주 목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5차례 베이징에서 회담이 열렸던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

후 주석이 이미 휴양차 동북 3성에 머물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 오래 여행하기 어려운 김 위원장을 배려, 장춘에서 회담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특히 미국 중심의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에 대해 후 주석이 베이징이 아닌 창춘으로 이동했다는 것은 북중간의 혈맹관계를 대외적으로 과시하기 위한 제스처로도 보인다.


또 창춘은 중국의 동북3성 개발의 중심인 '장지투 선도구'프로젝트의 핵심 도시라는 점에서 경제난 타계를 위해 안간힘을 쏟는 북한이 중국과의 경제협력 문제를 논의할 최적의 장소라는 분석이다. 김 위원장 일행은 이날 오전 차량편으로 숙소인 지린(吉林)성 지린시 우송(霧淞)호텔을 출발, 1시간30여분만에 창춘(長春)에 도착, 숙소인 난후(南湖)호텔에 도착했다. 창춘시 일대는 중국 공안들이 도도 곳곳을 통제하는 등 삼엄한 경비를 펼쳤다. 창춘은 지린성 성도로 자동차ㆍ정보산업ㆍ영화산업등 산업의 요지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재개 문제, 3남 김정은으로의 권력승계 협조 요청, 대북 경제지원 문제가 폭넓게 논의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우다웨이 중국 한반도 특별사무대표가 지난 주 방북을 통해 충분히 6자회담 이슈를 논의했기 때문에 회담이 이뤄진다면 내달 북한 노동당대표자회의를 앞두고 권력승계의 협조가 가장 큰 의제가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권력승계 문제가 이번 방문의 최대 의제라는 것은 첫날 지린시를 방문 한데서 부터 감지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린시에서의 고 김일성 전 주석 중학교 모교 방문, 항일 유적지 순례 등이 3남 김정은으로의 권력 승계 정통성을 보여주려는 대내외 정치용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동북 3성 경제의 허브인 창춘 방문은 후 주석과의 정상회담 포석과 함께 북한의 라진 항구 개발 및 투자와 맞물려 피폐해진 북한 경제 살리기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는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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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을 요구한 베이징의 한 대북 전문가는 "김 위원장의 지린시 행보로 봤을 때 고 김일성 전 주석, 김 위원장, 3남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권력 승계의 정통성을 과시함으로써 내달 개최 예정인 노동당대표자회의에서의 권력 구도에 쐐기를 박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창춘 도착 이후의 동선과 일정이 철저히 안개 속에 가려져 이후 김 위원장의 방중 일정은 여전히 속단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창춘회동의 상대가 후진타오 주석이 아닌 원자바오 총리 등 제 3의 최고 지도자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아예 방중 일정을 4박 5일정도 여유 있게 잡아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가질 것이라는 등 여러 가지 설들이 난무하고 있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하루 체류 일정을 늘릴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27일 미국으로 떠난 상태에서 급박하게 정상회담을 서두를 필요 없이 베이징으로 가서 회담을 할 수도 있다는 시나리오다.

그럼에도 현재로선 후진타오 주석 등 최고 지도부가 김 위원장을 만나기 위해 창춘으로 왔다는 쪽에 비중이 실리고 있다. 여러가지 정황들이 이같은 쪽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일본 산케이신문은 창춘 공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후진타오 주석이 오늘 창춘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베이징의 고위 외교소식통은 "중국 최고 지도부가 창춘에서 김 위원장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창춘은 중국의 토종 자동차업체인 제일자동차 공장이 있는 등 유명한 공업도시이기 때문에 김 위원장이 주요 산업 시설을 둘러보는 동시에 이 곳에서 중국의 최고 지도부와 회동을 가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전문가들은 방중 동선과 후 주석과의 정상회담 가능성 등을 미루어 볼 때 이번 김 위원장의 방중을 권력승계에 쐐기를 박는 동시에 북한과의 경제협력을 추진하고 있는 동북 3성의 산업 시설을 둘러보고 경제 살리기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드러냄으로써 북한 인민에 비전을 심어주기 위한 의도로 풀이하고 있다. 김정은의 권력승계 명분을 위해서라도 김 위원장은 지난해 화폐개혁 실패에다 최근의 홍수 피해까지 겹쳐 피폐해진 북한 경제를 어떻게든 회복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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