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국내 Y2K대비 현장중계] 새천년 환호속 피말리는 비상근무

사실 Y2K 대란이 없을 것이란 예측은 지난해 31일 밤 9시부터 나왔다.우리나라보다 4시간 먼저 2000년을 맞는 뉴질랜드에서 새 밀레니엄을 맞은 지 1시간이 됐지만 별다른 사고 소식이 전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대신 뉴질랜드에서는 첫 밀레니엄 베이비가 탄생했다는 기쁜 소식만 날아왔다. 러시아 동부에 있는 원전도 안전하다는 소식이 뒤따랐다. 그러나 이같은 소식은 어디까지나 외국의 이야기일 뿐이었다. 외국이 안전했다고 해서 우리나라도 안전할 것이라고 마음을 놓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었다. 상황실 관계자는 물론, 이를 취재하는 기자들에게도 「피를 말리는 밤」은 계속됐다. 특히 바로 그 순간 「새 천년 준비위원회」가 15만여명의 인파가 북적대는 가운데 광화문 네거리에서 아무 일도 없을 것이라는 듯 새 밀레니엄 맞이 행사를 화려하게 펼쳐 「상황실의 밤」은 고독하기까지 했다. 피말리는 분위기는 1월1일 새벽 1시 이후부터 다소 누그러지기 시작했다. 1월1일 자정 이후 1시간 동안 전력 분야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또 통신분야에서도 「밀레니엄 콜」 때문에 부분적인 불통 사태가 일어났지만 Y2K 문제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됐다. 이어 새벽 3시에 영광·울진 등의 국내 원전 16기 모두가 별탈 없이 정상운영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인천·부산 등에서 지하철이 제대로 운행되고 있다는 소식도 이어졌다. 또 레이저 등 국방 장비도 제대로 돌아갔고 수도·의료 분야에서도 정상운영 소식이 전해졌다. 특히 잇단 비행기 추락사고로 바짝 긴장하고 있던 건설교통부와 항공업체에서도 새벽 4시50분 제주발 김포행 국내선과 오전 6시 LA발 서울행 국제선 첫 비행기가 무사히 김포공항에 착륙했다는 보고가 상황실에 접수됐다. 또 1월1일 낮 동안에도 Y2K에 관한 특별한 사고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다. 다만 이날 오후 늦게 경기도 평촌에 있는 우성아파트(10개동 902세대)에서 Y2K로 인해 온수 공급이 중단됐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확인 결과 난방 제어설비 가운데 일부 칩이 Y2K 문제를 드러낸 것으로 나타났으나 상황실은 즉각 칩 공급업체를 찾아낸 뒤 2일 오후까지 칩을 교체하도록 조치했다. 또 광주의 한 비디오 대여점과 대구 소재 한 문구점, 그리고 안산시의 한 의원에서 컴퓨터 프로그램에 의한 사소한 Y2K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됐다. 이밖에 경북 칠곡의 한 유선방송사의 방송 송출기, 일부 업소의 신용카드 거래 승인용 단말기의 액정화면에서도 장애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됐다. 하지만 2일 오후까지 의외의 중대 사고는 보고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Y2K 정부종합상황실장인 安차관은 2일 새벽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13대 중점분야에서 Y2K 문제는 없는 것으로 최종 판단된다』며 『정부·기업·개인이 3위1체의 노력을 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13대 중점 분야에서 큰 탈이 없겠지만 3일과 4일부터 은행 등 각 기업에서 본격적으로 업무를 개시하는 만큼 크고 작은 Y2K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경각심을 갖고 적절히 대응해줄 것』을 부탁했다. Y2K 정부종합상황실은 4일 오후까지 상황을 지켜본 뒤 별탈이 없을 경우 비상근무 체제를 풀고 평상체제로 전환할 방침이다. 이균성기자GS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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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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