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대기업 부도이후 가수요 확산/1불 1천원시대­배경·전망

◎당국 무책임한 대응도 원인/종금 구조개편·은행 부실자산 정리후 안정찾을듯/일부선 “연말 천2백원까지”「1달러=1천원」시대가 열렸다. 전경련 등 재계가 「수출경쟁력」을 명분으로 그토록 외쳤던 「달러당 1천원시대」를 맞게 됐지만 요즘 분위기를 보면 마냥 즐거워만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원화의 대미달러환율은 이제 「1달러=1천원」을 넘어 「1달러=1천2백원」으로 줄달음치고 있다. 통제가능한 범위에서 이루어지는 환율상승이 아니라는 점에서 최근의 환율폭등은 우리 경제 전체를 위기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환율급등의 원인과 전망을 살펴본다. ◇환율급등의 원인=달러당 1천원일 때 환율의 전년말대비 상승폭은 15.6%. 10일 현재 태국의 34.5%, 말레이시아 23.5%보다는 낮지만 대만 10.6%, 싱가포르의 11.1%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특히 지난 10월 20일 달러당 9백14원80전 이후 20여일만에 7.9%나 원화가치가 폭락, 환율폭등의 위력을 실감케 한다. 환율 폭등의 원인 분석에 대해서는 외환당국과 시장참가자들의 생각이 일치한다. 우선 한보 이후 삼미, 진로, 대농, 기아, 쌍방울, 뉴코아, 해태로 이어지는 대기업 부도사태가 근본원인으로 꼽힌다. 금융기관 부실과 외화자금난은 그 결과물이라는 얘기다. 한국시장에 불안감을 느낀 해외자본의 최근 행태도 한 몫 하고 있다. 외국인 주식투자한도가 확대되어도 한국시장에 들어오기를 꺼리는 분위기가 강하다. 최근엔 한국경제의 위기를 왜곡과장하는 외국 주요언론들의 의도적인 기사까지 겹쳐있다. 증시를 떠나는 외국인들이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필요로 한다는 점도 문제다. 환율상승을 예상하는 기업들의 달러사재기도 가세한 형국이다. 그러나 기업들의 달러사재기를 일방적으로 비난하기에 앞서 「달러를 사두지 않으면 손해」라는 인식을 심어놓은 당국의 무책임한 대응이 먼저 지적되어야 한다. 안팎의 여러 요인으로 수급불균형이 심화, 환율상승이 불가피한데도 『달러수급에는 문제가 없다』며 『현재 환율수준은 지나치게 높다』고 경고해온 당국은 지난주에도 매일 달러당 9백70원, 9백75원, 9백80원, 9백85원 등 방어선을 후퇴했다. 당국 말을 새겨들은 기업일수록 손해를 봐온 형편이고 「달러가수요의 주범은 바로 외환당국」이란 주장마저 낳고있다. ◇환율전망=『현재로선 향후 환율전망이 무의미하다』는 게 중론이다. 환율폭등의 원인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정작 해결의 열쇠를 쥐고있는 당국의 대응이 무사안일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은 10일 한 외국계 은행 관계자의 말을 빌어 『앞으로도 원화는 20%정도 더 절하될 것』으로 보도했다. 이 정도면 원화 절하율이 태국수준인 35%에 달하게 된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 외환관계자들은 『역외선물환시장의 현 거래가를 기준으로 한 막연한 추측일 뿐 염두에 둘만한 분석은 아닌 것』으로 보고있다.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심리적 상승요인이 사라지고 종금사들의 구조개편과 금융기관들의 부실자산 정리가 가닥을 잡기 시작하면 시장은 곧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보고있다. 재경원 관계자도 『우리나라의 거시경제여건이 호전되고 있기 때문에 불안심리만 잠재워지면 환율은 달러당 1천원 이하에서 안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최근 환율폭등의 원인이 분명하고 근본대책이 단기간내에 나오기 어려운 만큼 연말 달러당 1천2백원까지는 상승할 것이란 비관적 전망도 적지않은 상황이다. 외환시장이 당국의 물량공급에 의한 환율방어를 믿지 않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의 기본 여건으로 볼 때는 달러당 1천원은 지나치게 높은 환율수준이라는데 전문가들의 견해가 일치하지만 문제는 일시적인 달러수요초과 현상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종금사와 은행들이 만기도래하는 외화차입분의 연장 또는 신규차입에 실패하는 바람에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사야 하는 상황이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어 환율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외환당국이 이같은 일시적 애로상황을 서둘러 해결해야만 원화가치가 경제력에 기초한 적정수준으로 정상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손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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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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