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위원회가 새 노동법에 따라 지난 4월10일부터 정상 가동되기 시작한뒤로 1백일이 넘었다. 7백여명에 이르는 상임·비상임위원들이 심판· 조정사건 처리에 동분서주하고 있다.새로운 법으로 독립성, 전문성, 공정성이 제도적으로 강화됐지만 심판에서 단 한사람의 억울한 사례도 생기지 않도록 하고 쟁의조정사건도 조정안이 노사 양측으로부터 꼭 수락되게끔 현장을 누비고 있다.
접수된 1천6백여건의 심판사건 중 이미 1천2백50여건이 처리됐다. 조정사건도 예년보다 높은 조정성립 결과를 보이고 있다. 중노위의 경우 지난 3년간 단 한건의 조정성공 사례도 없었지만 금년에는 8건의 조정을 성공시켰다. 새 노동위원회 출범 당시부터 조정성립에 각별히 관심을 갖고 조정위원들과 실무자들이 적극적으로 노력한 결과다.
노사가 단체교섭을 하다가 교섭이 결렬되면 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하게 된다. 조정위원회는 노·사·공익위원으로 구성된다. 공익사업의 경우에는 공익위원 3명으로 특별조정위원회가 구성·운영된다. 조정회의가 열리기 전에 노련한 심사관들이 노사양측의 주장을 듣고 쟁점을 정리하며 수차례의 조정과정에서 다양한 공공행정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임금협약의 경우 보통 노사간의 최종 제안선이 크게 접근된다. 단체협약의 경우는 수많은 쟁점중 핵심사항으로 쟁점이 과감하게 정리된다. 이것은 노사 모두에게 큰 도움이 된다. 예컨대 서울지하철의 경우 비록 조정이 성립되지는 못하고 중재회부 결정까지 간 상태에서 다행히 타결됐지만 2차조정회의에서 2백4건의 쟁점을 노사 각각 다섯가지로 줄여준 것이 그 후의 타결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다.
조정과정에서 노사 모두는 자기의 주장이 얼마나 객관성이 있는가에 대해 소중한 의견을 들을 수 있다. 조정을 하다보면 노동조합대표가 조정위원회의 근로자위원으로부터 설득을 당하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사용자가 사용자위원으로부터 충고를 받기도 한다. 자기가 주장해 온 쟁점의 타당성에 대한 일종의 테스트를 받는 기능이 되는 것이다.
또 비록 짧은 조정기간중 조정이 성립되지 못한 경우라도 나중에 노사간의 타결내용을 보면 조정과정에서 제시되었던 조정내용 또는 의견이 훌륭한 준거로 되는 사례가 많다.
사실 일부의 노사대표는 노동위원회의 조정안대로 내심 타결하고 싶으면서도 조직내부 사정 때문에 거부하기도 한다. 노동위원회의 조정과정을 거쳐간 노조나 경영자들은 노동위의 조정기능에 이해의 폭이 넓어져가고 있다.
노동위원회 쟁의조정의 다양한 기능, 즉 조정성립외에도 쟁점축소, 임금제안접근, 쟁점의 타당성에 대한 테스트, 합의준거 등을 통해 조정전치주의가 도입된 것과 함께 노동쟁의 해결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노동위원회가 점차 더 신뢰받고 존경받는 조직이 되면 될수록 조정성립의 가능성은 높아지게 된다. 조정성공은 그만큼 쟁의행위의 가능성을 줄인다. 지난번 어떤 업종의 공동교섭의 경우 한 건의 조정성립이 23개 사업장의 노사분쟁을 타결시켰다.
조정 성공을 위한 투자는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조정의 기초작업을 위해 항공편으로 창원에 실무자가 출장을 다녀온 경우도 있다. 그 사건은 조정에 성공했다. 이때 들어간 10만원 정도의 출장비가 수백 배 이상의 파업에 따른 매출손실을 사전에 예방하고 또 노사관계의 악화도 막았다.
각급 노동위원회는 그러한 의미에서 앞으로 최선의 노력으로 산업계나 국민의 여망에 부응해야 한다. 노사가 자율적으로 타결하지 못해 조정신청해 온 어려운 쟁점들을 노동위원회가 도와 합의에 이르게 하고 또 악수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더이상 바랄 수 없는 보람이다.<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
□약력
▲39년 경기 군포출생 ▲서울대 상대졸 ▲미국 뉴욕시립대 경제학박사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노동경제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