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국기업,동아시아 연대 강화를/와타나베 도시오(기고)

◎역내 상품­자본 순환 메커니즘에 적극 참여할때90년대 동아시아경제에서 주목해야 될 경향은 상품과 자본의 역내 순환 메커니즘의 생성이다. 동아시아의 총 수출중 역내수출의 비율은 지난 85년의 26·3%에서 95년에는 38·7%로 상승한 반면 미국 일본 유럽연합(EU)에 대한 수출비율은 감소했다. 또 동아시아의 역내수입비율은 이 기간중 26·3%에서 37·0%로 상승한 반면 미·일·EU로부터의 수입비율은 하락했다. 물류의 역내순환메커니즘이 역사상 처음으로 동아시아에서 성립된 것이다. ○미·유럽 의존없이 성장 동아시아의 역내순환구조는 투자자금면에서도 나타났다. 지난 90년이래 동남아국가연합(ASEAN)국가들에 대한 최대 투자국은 미국이나 일본이 아닌 신흥공업군(NIES)국가들이었다. 중국에 대한 최대 투자자는 홍콩, 대만 등 화교NIES인 점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동아시아는 수출상품의 수요지 및 투자자금의 공급지를 역내에서 구하는 새로운 움직임을 시작했다. 상품 및 자본을 역내에서 자체순환함으로써 미일 등 역내대국의 비중이 줄어들어도 고도성장은 지속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게 된 것이다. 동아시아는 현재 확실히 경제적 강인성을 구비했다. 「대외적 종속성」「대내적 취약성」이 동아시아의 상징어였던 시절을 되돌아볼 때 이는 실로 감개무량한 사실이다. ○일기업 90년대 들어 앞장 동아시아를 무대로 사업전개를 하는 일본기업도 역내 순환구조에 의지하는 변화를 통해 동아시아의 강인성을 높이는데 새로운 공헌을 하기 시작했다고 본다. 즉 90년대 들어 일본 현지기업들의 행동양식에서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동아시아 역내시장에서의 판매가 급증하고 동시에 일본기업의 부품 및 재료 수입선으로서 역내 국가들의 존재는 더욱 커지게 됐다. 그래서 역내순환구조내에서 일본기업은 진출국의 수입대체정책에 대응한 현지생산화, 저임금노동력을 노린 해외진출, 아웃소싱(외부조달) 등을 겨냥한 생산거점의 현지화와 같은 지금까지의 단선적인 진출 수준을 넘어서게 됐다. 즉 판매 및 구입의 두 거점을 동아시아 역내에서 구해 동아시아 네트워크내에서 사업전개를 완결토록하려는 경향이 강해진 것이다. 또 하나 주목해야 될 것이 있다. 1985년 9월 플라자합의후 수년간 동아시아에 대거 진출한 일본기업은 90년대 들어 이 지역의 지속적인 수요증가에 힙입어 완전가동상태에 있다. 동아시아내 일본기업 현지자회사의 이윤율은 일본 본사보다 훨씬 높아 이익의 상당부분이 본사로 회수되지 않고 현지에 재투자되고 있다. 일통산성의 조사에 따르면 동아시아 일본계기업의 투자액에 대한 재투자액의 비율은 NIES의 경우 74·5%, 아세안의 경우 68·6%에 달해 일본기업들은 재투자를 통해 투자자금의 역내순환구조를 강화하는 역활을 맡고 있다. 90년대의 일본기업은 동아시아내 상품 및 자본순환구조를 정확히 파악, 생산·부품조달·역내개발·판매 등의 다양한 산하기업을 최적지에 배치시켰다. 일본기업은 경영자원을 동아시아를 무대로 체계적으로 편성하는 「네트워크경영」을 해왔다. 일본기업의 네트워크경영을 촉진하는데 상승작용을 할 활동이 더욱 활발히 전개될 전망이다. ○화교자본과의 제휴 중요 한국기업의 해외직접 투자는 그동안 미국과 유럽 중심이었으나 최근 동아시아에 투자대상국을 옮기고 있다. 이점은 높이 평가돼야 한다. 한국기업의 새로운 프론티어가 동아시아인 것은 의심할 수 없다. 동아시아지역에 넓게 퍼져있는 것은 화교자본 네트워크이다. 이 네트워크의 존재에 착안해 일본기업은 화교기업과 연대를 강화해왔다. 한국기업의 화교자본망과의 연대는 아직 미약하다. 이를 본격화해 동아시아의 자립적인 역내 메커니즘에 참여, 이 메커니즘을 강화하는 역할을 맡는 것이 한국기업의 중요한 과제이다. 지난해 10월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했다. 세계화를 추진중인 한국에 경사가 아닐 수 없다. OECD가입으로 한국은 개도국으로서 누린 혜택을 잃게 됐다. 대신 시장자유화, 외자도입 및 금융 증권시장 규제완화 등을 적극 시행해야 될 의무를 지고 정부개발원조(ODA)공여액 확대에 대한 요청도 거세지게 된다. 현재의 한국경제는 순조롭지 않고 경상수지확대, 대기업의 인원감축, 임금상승률둔화 등 어려운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에따라 한국내에서는 OECD가입이 시기상조라는 주장도 적지않다. 그러나 한국의 1인당소득수준은 1만달러를 넘어 경제규모는 세계11위, 무역규모는 12위에 달한다. 더욱이 한국이 국제무역 투자 원조시스템의 수혜자로서 현재의 지위를 쌓은 만큼 국제시스템의 수혜자에서 제공자로 탈바꿈해야 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한국의 현재 표어는 「세계화」이다. OECD가입을 계기로 한국기업이 보다 높은 꿈을 갖고 동아시아의 경제발전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자세가 요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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