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세계경기 추락하나" 위기감 속 내주 FRB 부양책에 촉각

각국 정부 주도 경기부양 약발 안먹히고 부작용만<br>"월가서 시장 혼란 빠뜨려 양적완화 압력" 음모론도<br>"주가 더 떨어질것" 예상속 "美체력 강해져"


미국경제의 더블딥과 유럽의 재정위기 확산으로 글로벌 경제가 추락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세계 금융시장을 패닉으로 몰아넣었다. 돌발악재도 없는 상태에서 유럽에서 촉발된 주가폭락은 뉴욕을 거쳐 아시아로 이어졌다. 4일과 5일 주요 시장의 낙폭이 3~5%에 달하고 뉴욕시장은 2주 동안에만 11%가 빠졌지만 섣불리 반등을 예상하는 전문가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조정을 계산하기에는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너무 커졌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경제가 지난 1980년대 초 이후 '제2차 대침체(Great Recession)'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미국발 공포'에 사로잡힌 세계경제=지난달 하순 연방정부 채무한도 상향을 둘러싸고 워싱턴 정치권의 대립이 최고조에 달할 즈음, 뉴욕 금융시장은 디폴트보다 더블딥 가능성을 주목했다. 지난 2ㆍ4분기 성장률이 1.3% 급락하고 연이어 나오는 경제지표들이 거의 대부분 부진하게 나타나자, 월가 투자은행(IB)들은 잇따라 미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3%에서 1.8%로, 바클레이스캐피털은 2.5%에서 1.7%로, 크레디트스위스는 2.6%에서 1.9%로 각각 낮췄다. JP모건은 1.7%를 제시했다. 골드만삭스는 일부 선진국의 경제성장 둔화 추세가 신흥시장국으로 확산되는 조짐을 보이면서 전반적인 글로벌 경기부진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월가는 단기적으로 5일(현지시간) 오전에 발표되는 7월 비농업 부문의 고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만약 이 지표가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더블딥에 대한 우려를 더욱 증폭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경제성장 둔화에 대응할 수 있는 재정ㆍ통화정책의 여력이 소진되고 있다는 점은 시장을 더욱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다. 당장 미국은 채무한도 협상에 따라 지출감소에 나서야 할 판이다. 위기의 양대 진원지인 유럽도 성장동력을 찾지 못한 채 갈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재정위기가 더욱 확산된다면 이는 유럽계 은행들에 큰 타격이 되고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때처럼 위기를 불러올 것이라는 공포가 급속하게 퍼지고 있다. ◇경기부양책, 약발이 안 먹힌다=전세계적 금융시장 혼란은 무엇보다 글로벌 경제위기를 타개할 만한 세계 각국의 정치적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점에 바탕을 두고 있다. 미 CNN은 경제불안과 관련해 투자자들이 정부가 주도하는 경기부양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각국이 어떤 부양책을 내놓아도 전혀 약발이 먹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도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미 금리는 제로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금융위기 이후 두 번에 걸친 양적완화를 통해 2조3,000억달러 규모의 유동성을 금융시장에 퍼부었지만 경제를 제 궤도에 올리는 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FRB가 이달 말 잭슨홀미팅에서 3차 양적완화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설사 실시되더라도 그 효과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이미 실탄을 소진해버리고 위상마저 떨어진 FRB가 부양책을 내놓아도 오히려 부작용만 커질 것이라는 비관론마저 높아지고 있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월가가 협공을 통해 금융시장을 혼란에 빠뜨려 결국 FRB가 움직이도록 만들고 있다는 음모론적 관측마저 나오고 있을 정도다. 유럽도 그리스 등 각국 재정위기의 해법을 찾지 못한 채 이해관계에만 매달려 오히려 혼란만 부추기고 있다. 배리 냅 바클레이스캐피털 US에쿼티 전략헤드는 "유럽 지도자들이 항상 한 발씩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시장은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얼마나 더 추락할지 알 수 없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라이언 라슨 RBC글로벌애셋매니지먼트 US에쿼티 헤드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아무도 떨어지는 칼날을 잡으려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다만 신용시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고 미국경제의 체력이 금융위기 때보다 훨씬 강하다는 점에서 위기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리나 아게롤 조지타운대 교수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 금융위기 때는 뱅킹시스템이 붕괴됐지만 지금은 아니다"라며 "투자자들의 신뢰가 위기를 맞고 있지만 은행 분야는 건강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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