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협력업체·계열사에 강매 “횡포”(외제차 봇물 문제 있다)

◎판매 부진 모델 재고유지비 딜러에게 전가/고장차 정비 수개월씩 끌어 소비자 골탕도외제차 업체들의 횡포가 빈발해지고 있다. 수입업체가 대기업인 경우 협력업체나 계열사에 대한 강매는 이제 더이상 횡포도 아니다. 해외업체가 전액투자한 법인의 경우는 기존 수입판매상과 지방대리점, 딜러(지역판매상)에게 일방적인 판매조건으로 마찰을 빚으면서 횡포를 부리고 있다. 미국 포드의 국내직판법인인 포드자동차코리아는 올해 직접진출하면서 전국을 3개지역으로 나눠 책임딜러를 선정했다. 그러나 판매부진모델에 대한 차량재고를 모두 딜러들이 부담케 해 딜러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포드는 국내시장 공략의 주력모델로 「토러스」를 도입했으나 현재 국내소비자들의 호응을 못얻으면서 재고가 쌓여 있는 실정이다.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국내에 들어온 토러스는 모두 4백31대. 그러나 뒷좌석이 머리를 숙이고 앉아야 할 정도여서 국내실정에 맞지 않으면서도 가격은 3천3백80만원에 달해 소비자들이 외면하고 있다. 이에따라 9월말 현재 1백82대만이 팔려 2백50여대가 딜러들의 창고에 쌓여있는 상태다. 딜러들은 이와관련 『차량 1대당 매월 15만원씩의 창고비를 지불, 월간 창고비가 3천만원씩 나가고 있어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포드측에 대책마련을 호소하고 있으나 별다른 응답을 듣지 못하고 있다. 올들어 직판체제를 갖춘 BMW코리아도 독자적인 영업망구축에 들어가면서 그동안 국내수입업체로 영업망과 정비공장에 막대한 투자를 해온 코오롱상사의 수입권을 일방적으로 박탈, 코오롱측과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코오롱상사의 한 관계자는 『외국업체들은 초기에는 국내 수입업체가 길을 닦아 놓으면 직판체제를 갖춰 손쉽게 국내시장을 공략하고 있다』며 BMW에 대한 배신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최근 볼보, GM, 벤츠의 직판설립설이 나돌면서 기존 수입업체들이 긴장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외국업체들의 일방적인 관행을 잘 알기 때문이다. 떠넘기기의 단적인 예는 한보계열의 이탈리아모터스에서 찾을 수 있다. 이 회사는 올해 초 수입에 나서면서 1월 한달동안 14대의 피아트를 팔았으나 이 가운데 9대를 그룹 협력업체에 떠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삼환그룹 계열 삼환까뮤(시트로앵)는 전무이상 임원을 대상으로 3대씩 차량판매를 할당, 임원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외제차업계 관계자는 『한진건설(볼보), 동부산업(푸조), 코오롱상사(BMW) 등 대기업이 수입업체인 경우 이같은 협력업체와 임직원에 대한 강매사례는 다반사』라고 밝혔다. 외제차업계는 또 독점 수입권을 악용, 고객들에게도 횡포를 부린다. 독일 벤츠 수입판매사인 한성자동차 전영업부장 출신인 심상민 오토월드사장은 최근 인터뷰를 통해 『벤츠수입업체인 한성자동차는 벤츠 공식수입업체라는 점을 악용, 일주일이면 끝나는 정비차량도 최장 수개월까지 끌고간다』고 폭로, 외제차업체들의 눈에 안보이는 횡포가 도를 넘었다고 강조했다. <정승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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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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