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동해펄프처리 업계] '뜨거운 감자'

국내 유일의 화학펄프 업체인 동해펄프(대표 유훈근)의 향후 진로가 제지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지난해 4월14일 부도처리된 후 현재 법정관리 중인 동해펄프는 조만간 대규모 감자에 이은 산업은행 출자전환이 있을 예정이다. 이에 따라 현재 대주주인 제지업체들은 동해펄프 투자에 따른 손실을 피할 수 없게 됐고 감자와 출자전환 이후 최대주주가 될 산업은행은 보유지분을 누구에게 넘겨 경영을 맡길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형편이다. 특히 이와 관련해 지난해 8월31일 울산지방법원으로부터 법정관리개시 결정과 함께 보전관리인으로 선임된 유훈근회장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동해펄프는 지난 4월30일 울산지법에 감자와 출자전환 등의 내용을 담은 정리계획안을 제출했다. 정리계획안은 대주주들에게 경영책임을 물어 대규모 감자를 실시하고 주거래은행인 산업은행이 출자전환을 한다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예상되는 감자비율은 최대 90%까지 이루어질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동해펄프 감자로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되는 업체는 신무림제지·한국제지·세림제지 3개사다. 보통주 954만주(우선주 24만주) 가운데 22.9%를 신무림제지가 갖고 있으며 한국제지 20%, 세림제지는 2.1%다. 이들 대주주 회사는 이미 대규모 감자를 예상, 이를 보전할 충당금 등을 쌓아놓고 있다고는 하지만 단기 재무제표의 성적은 나빠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예상이다. 출자전환으로 최대주주가 되는 산업은행은 「주인찾기」를 고민하게 됐다. 직접 경영을 맡을 수는 없는 형편이기 때문에 적절한 지분인수자를 물색한다는 것이 산업은행의 방침이다. 현재 동해펄프의 새주인으로 거론되고 있는 업체는 한솔제지와 한국제지다. 현 최대주주인 신무림제지도 인수를 검토했지만 사업성이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한솔제지는 규모와 기술면에서, 또 추가적인 투자여력을 가졌다는 점에서 적임자로 꼽히고 있지만 아직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있어 산업은행을 애태우고 있다. 가장 적극성을 보이는 업체는 한국제지. 오랜 역사에 비해 발전속도가 더뎠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데다 최대 강점인 인쇄용지 분야에서 동해펄프의 이용가치가 높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런 와중에 柳회장의 의중도 중요변수다. 산업은행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동해펄프 처리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동해펄프가 수입펄프가격의 급격한 변동으로부터 국내 제지업체들을 보호하는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지만 세계적인 업체와 비교할때 생산비가 100달러 가까이 차이가 날 정도로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인수필요성은 있지만 적자운영은 피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선뜻 나설 수 없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지산업에서 동해펄프가 가지는 의미를 생각해 공공성격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재편이 이루어져야 한다』며 『동해펄프가 계속적인 생산을 할 수 있도록 정부지원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박형준 기자 HJ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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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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