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사보험 공론화 다시 시작해야

연금보험공단에서 보내주는 안내서에 적힌, 내가 매달 받을 연금 액수는 턱없이 적다. 당장 일을 그만두면 그 돈으로는 최저 생계만 유지해야 할 판이다. 결국 연금보험을 따로 들었다. 나는 아프면 내 병원에서 어지간한 진료는 다 받을 수 있으니 돈이 안 들지만 내가 은퇴하면 나이가 들어 진료비도 많이 들어갈 것이니 실비 보험이라도 하나 들어야 할 판이다. 진료실에서 마주하는 환자의 세 명 중 한 명은 실비보험을 들고 있는데 이 때문에 병원의 업무가 엄청 늘어났다. 떼어줘야 할 서류가 만만치 않고 수년 전 가입한 보험에 보험금을 청구하니 가입 전 사소한 일로 병원에 왔던 기록을 보험사에 고지하지 않았다 해서 보험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 당했다는 등 분쟁이 비일비재하여 애꿎게 병원이 홍역을 치르고는 한다. 가장 큰 문제는 사보험을 들려는데 혈압 때문에 안 되니 한 3년 비보험으로 약 먹고 그 후 없었던 듯 보험 들면 안되냐는 환자다. 보험은 필요할 때를 대비하는 것이니 젊고 건강할 때 드는 것이 원칙이나 필요하면 들 수도 있어야 하는데 보험사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노인이나 질환이 있는 사람은 대부분의 실비보험을 아예 들 수 없다. 나이 들어 흔한 고혈압ㆍ당뇨 환자에 중풍이나 심장병은 더 생기기 마련이라 모두 가입시키면 보험사 손해가 너무 많고 보험사는 사기업이라 정부가 개입할 문제가 아니란다. 이해는 가지만 고위험자는 보험비를 조절한다든지 하는 방법은 없을까? 국민건강보험이 전국민 의무가입, 전 의료기관 강제 지정인 것은 그만큼 의료가 국민의 기본 생존권과 깊은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으로 해결되지 않는 의료서비스를 위해 가입하고자 하는 사보험을 사소한 질병을 구실로 가입 못하게 하는 것도 자유경제 체제이니 자유라고 하면 할말이 없지만 적어도 예측 가능한 기본 틀을 위한 사회적 합의는 필요하다고 본다. 한때 제2보험으로 사보험을 도입하여 국민건강보험의 문제점을 보완하자는 안이 제안되기도 했으나 논의되기도 전부터 계층 간에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이유로 공론화하기를 꺼렸다. 이 가운데 어떤 규제도 어떤 가이드라인도 없이 그저 눈먼 돈으로 인식되어 사기도 많고 잘못되면 건보 재정을 축낼 수도 있다는 실손 보험을 가입자가 2,000만을 넘어 버린 지금 더 늦기 전에 내놓고 논의를 해봐야 하지 않을까. 불이 무섭기는 하지만 조절하며 써야 하듯 부작용 두려워서 논의마저 피해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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