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과 세상] 기업 성장 이끌 글로벌 인재 잡아라

■글로벌 노마드(짐 매튜먼 지음, 미래의 창 펴냄)<br>다문화 역량 뛰어나 미래 트렌드 주도<br>금전·의료 혜택 등 유인책 마련해야



최근 세계 우수 기업에서 가장 주목하는 인재 시장인 인도에서는 IIT(인도공과대학)를 비롯, 약 2,000개의 기술계 대학에서 해마다 10만 명 이상의 정보기술(IT) 전문인력이 배출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전체 연구개발(R&D) 인력 중 인도인 비중이 10%를 넘어섰으며 앞으로 그 비중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글로벌 기업을 지향하는 삼성전자에서 한국에 근무하는 외국인 직원은 900여 명이나 돼 전체 임직원(9만 4,000여 명)의 1%에 육박한다.

'워크스팬(Workspan)'은 세계 유동인력이 2010년에 10억 명을 돌파하고 2013년에는 20% 증가한 12억 명에 달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세계화로 인한 인적ㆍ물적 교류가 늘어나면서 다국적ㆍ다문화ㆍ다언어로 무장한 새로운 이동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이른바 '글로벌 노마드(Global Nomad)'가 세계 경제 회복을 이끌고 기업 성장을 견인할 21세기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인도 사례에서 보듯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을 중심으로 등장한 글로벌 인재들은 전체 직원의 10~15%밖에 되지 않지만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실제 어떤 CEO는 이들이 전체 수익의 20%, 이윤의 20% 이상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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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간 유럽과 중동 지역에서 인력개발 컨설턴트로 활동해 온 저자는 "베이비부머를 부모로 둔 젊은 X세대나 Y세대로 다문화 역량이 뛰어난 글로벌 인재들은 앞으로 신흥 시장에서 성과와 성장, 수익성을 향한 미래 트렌드를 주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저자는 지난 20년 동안 비즈니스 세계를 지배하는 언어는 영어와 스페인어였는데, 중동 및 아시아 지역 전문직에 종사하려면 영어가 필수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신흥 시장들을 살펴보면 역사적으로 영어가 제2국어였거나 젊은 세대가 수학과 영어를 제대로 배울 수 있도록 교육 체계가 발달돼 있었다는 것. 그 근거로 크로아티아ㆍ폴란드ㆍ에스토니아 같은 신흥 유럽 국가들이 다른 나라의 경제 발전을 추월하고 있다는 점과 낮은 교육 수준과 독특한 모국어로 인해 영어 학습이 더딘 터키와 러시아는 경제 발전 속도가 늦다는 점을 꼽았다. 아시아에서는 컴퓨터와 영어에 숙련된 거대한 젊은 노동자를 확보하고 있는 인도가 세계 서비스 시장의 중심지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데 반해 중국은 매년 70만 명의 공학 박사를 배출하고 있지만 다른 문화 환경에서의 업무 능력과 영어 구사력이 부족한 탓에 다국적 기업에서 일하는 비율이 10%에 그치고 있다.

영어 사용 능력에 힘입어 X세대와 Y세대는 쉽게 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됐다. 새로 배운 스페인어나 중국어 등을 연습하고 싶어서 지구 먼 곳까지 방문하면 그쪽에서는 방문객 출신지와 상관 없이 영어로 대화를 나누려고 한다. 영어는 자연스럽게 여행객의 공통 언어가 된 것이다. 신흥시장 출신들이 영어를 비롯한 여러 언어를 능통하게 구사하는 데 비해 미국이나 영국 사람들은 어디에서나 영어로 소통 가능하다 보니 다른 언어를 배우는데 게을러졌다. 실제로 저자가 인터뷰한 전세계 글로벌 노마드 100명 가운데 적어도 75명 이상이 3개 국어를, 10명은 4개 국어를 구사할 정도로 외국어 능력이 뛰어났다.

새로운 인재 집단, 글로벌 노마드를 잡기 위한 기업들의 물밑 경쟁이 치열하지만 한 기업에 대한 평생직장 개념이 사리지는 요즘 글로벌 노마드로부터 충성심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저자는 "전세계를 자유롭게 이동하는 새로운 인재 집단을 유인하기 위해 기업들은 강력한 고용 브랜드 파워를 키워야 한다"며 "이는 전통적인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융통성 있게 새로운 보상 패키지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보상 패키지는 단순히 금전적 보상뿐 아니라 적절한 업무 배치, 효율적인 경력 개발 시스템, 수준 높은 의료 혜택 등을 포괄한다. 우리나라 대표 기업인 삼성과 LG, 현대차도 국적을 가리지 않고 글로벌 인재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는 지금 글로벌 노마드에 대한 깊은 이해와 이들을 붙잡아둘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은 필수적인 요소가 되고 있다. 1만 4,000원.


정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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