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백일잔치

홍병의 시슬리코리아 대표


시슬리코리아_홍병의


조직의 또 다른 이름은 가족이다. 계약과 업무 관계에 의해서만 맺어진 관계가 아니라 모든 조직원들이 진정한 하나의 마음을 갖고 가족으로 뭉쳤을 때, 가장 힘 있고 발전 가능한 조직으로 구성되는 것이다.


시슬리코리아에는 가장 특별하고 중요한 행사가 있다. 하나는 직원들의 입사 백일잔치이고 또 하나는 입사 첫돌을 맞은 직원들을 축하해주는 행사다.

며칠 전, 입사 백일을 맞은 직원들과 함께 산행을 했다. 아니 산행이라기보다는 산책, 이야기하며 걷는 '이야기 나눔 산행'에 가까웠다.


아기가 태어난 지 백일 되는 날 치르는 백일잔치뿐만 아니라 요즘은 남녀가 만남을 가진 지 백일이 되면 선물교환도 하고 특별한 이벤트로 자축하곤 한다. 시슬리코리아도 입사 백일이 되면 적응기간을 잘 이겨내고 이제 본격적인 한 가족으로 출발한다는 뜻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재 다짐의 기회를 갖는 백일잔치를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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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직원들에게 인생에는 쉼이 필요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다. 쉼의 뜻을 가진 휴(休)자는 나무(木)에 기대어 있는 사람(人)의 조합이고 산이야말로 이런 쉼의 의미를 체험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고 생각한다. 산은 조용하고 느리며 결코 서두르는 법이 없다. 그래서 생각할 수 있는 여유와 따뜻한 위안을 준다.

"오늘만큼은 업무에 대한 생각은 잠시 잊고 산을 오르자" "이것저것 생각하지 말고, 천천히 걸으면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쉬자" 라는 이야기로 산행을 시작했다. 그날만큼은 그동안 업무에 적응하려고 애쓴 직원들을 정말 쉬게 해주고 싶었다. 그 방법으로 '말하지 않고 걷기'를 제안해 한동안 침묵 속에 걸어보기도 했다. 가을 숲길을 걸으며 생각도 하고 낙엽 밟는 소리도 들으며 진정한 쉼을 함께 공유했다.

산행 중 휴식을 취하며 백일 동안 근무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지 한 사람 한 사람 모두에게 물어봤다. 그리고 백일 동안 가장 어려웠던 일에 대한 기억과 지내면서 힘들었던 일들을 서로 이야기하며 공감도 하고 위로도 해주며 마음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그렇게 함께 걷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우리는 직급의 차이를 넘어 서로 얼굴을 바라보며 진짜 친밀감을 서로 맛볼 수 있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의 근로시간은 2,163시간으로 OECD 34개 회원국 중 멕시코(2,237시간)에 이어 2위였다. 하지만 많은 시간을 회사에서 동료들과 보내면서 마지 못해 얼굴을 맞대고 일하는 것은 개인은 물론 회사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

시슬리코리아의 '백일잔치'는 그래서 의미가 있다. 당장의 가시적인 성과보다 막 첫걸음을 뗀 신입 직원을 진심으로 격려하며 함께 '쉼'의 여유를 느끼고 서로 보듬는 과정에서 너와 내가 아닌 한 가족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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