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한중일 바둑 영웅전] 이창호, 전투지향형으로

제1보 (1~20)<br>○박정환 5단 ●이창호 9단 <제5기십단전결승3번기제3국>



마침내 이창호와 3번기를 두게 되었다. 박정환이 이미 몇 개의 타이틀을 따냈다고는 해도 그 동안은 대진운이 좋았던 덕택이었다. 제4기 십단전의 상대는 백홍석이었고 제14회 천원전의 상대는 김지석이었다. 용케도 이세돌과 이창호를 만나지 않고 타이틀을 따냈던 것이다. 그런데 제5기 십단전 결승3번기에서 드디어 이창호와 맞닥뜨리게 되었다. 전년도 우승자로 시드 배정을 받은 박정환은 8강전부터 출전하여 진동규와 김지석을 꺾고 결승에 올라왔고 역시 시드를 받아(전년도 4강이었음) 16강전부터 둔 이창호는 조혜연, 조훈현과 강유택을 제압하고 결승에 올라왔다. 결승3번기 제1국은 이창호가 백으로 압승했고 제2국은 박정환이 불계로 이겨 단판승부로 압축되었다. 제2국이 끝났을 때 기자 하나가 박정환에게 물었다. "1대1이니까 제3국에서는 새로 돌가리기를 해야 하는데 선택권이 주어진다면 흑백 가운데 어느것을 선택하고 싶지?" 그러자 박정환은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백을 선택하겠습니다." "왜지?" "백으로 이겼으니까요." 돌가리기는 연장자가 돌을 한움큼 쥐면 상대방이 홀짝을 맞히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예전에는 홀짝을 맞히면 맞히는 사림이 흑을 들게 되어 있었는데 근년에 와서 그게 바뀌었다. 맞히면 그 사람이 흑백의 선택권을 얻게 되고 못 맞히면 돌을 쥔 사람이 선택권을 얻게 되었다. 이창호가 새로 돌을 쥐고 박정환이 홀수라고 말했다. 돌의 수효는 홀수였고 박정환은 백을 선택했다. 이창호의 흑9는 전투지향형. 제2국에서는 이 수로 참고도의 흑1에 먼저 걸쳤고 흑9까지 흑이 실리를 챙기는 방식으로 전개되었다. 그 바둑을 패한 이창호가 제3국에서는 전혀 새로운 취향을 선보이고 있다. 30대에 접어들면서 이창호는 먼저 싸움을 거는 경향이 많아졌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