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윤도현과 모스크바대 여대생


[로터리] 윤도현과 모스크바대 여대생 김용태 한나라당 국회의원 지난 1991년 말, 구소련에 갔었다. 도대체 사회주의 모국, 미국과 겨뤘던 소련은 어떤 모습인지 내 눈으로 보고 싶었다. 당시 소련은 공산당 군부 쿠데타에 이은 미하일 고르바초프의 실각과 보리스 옐친의 집권으로 극단적인 혼란 속에 빠져 있었다. 내가 다니던 대학에선 소련이 몰락하자 스탈린식 사회주의가 아니라 레닌식 공산주의로 다시 돌아가자는 운동이 거세게 불고 있었다. 소련에 체류했던 20일 동안 물가가 백 배 뛰었다. 1달러에 0.9코페이카였던 환율이 100코페이카로 치솟았다. 사람이 어떻게 사느냐 하겠지만 정말로 물가가 백 배 뛰었다. 사람들이 살 길은 오직 빵 배급소에 줄을 서는 것뿐이었다. 그 줄은 한도 끝도 없이 이어졌다. 모스크바의 호텔에는 투숙객보다 인터걸이 더 많았다. 백옥같이 어여쁜 여인들이 20달러에 몸을 팔기 위해 객실 안으로 들이닥쳤다. 호텔 바에서 술을 마시고 있던 나에게도 인터걸이 다가왔다. 나에겐 소련에 온 이유를 찾을 수 있는 기회였다. 20달러를 주고 술 마시면서 얘기나 하자고 했다. 놀랍게도 자신은 모스크바대 철학과 학생이라 했다. '나라가 망하니 우리 누이와 딸들이 이 꼴이 되는구나. 그 잘난 위정자들이 머리 속에 그린 지상낙원을 실험해보다 70여년 만에 이 지경이 되는구나. 정치가 이런 거구나.' 그때 난 정치를 해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정치가 아무리 욕을 먹어도 세상을 좌지우지하는 가장 큰 지렛대는 정치이지 않은가 싶었다. 서울 양천구에는 전국에서 탈북자들이 가장 많이 산다. 내가 사는 아파트 길 건너에 탈북자 집단 거주촌이 있다. 그분들의 별의별 민원을 접해봤다. 북한의 사는 실정을 소상히 듣고 있다. '나는 가수다'의 스타 윤도현씨가 한 TV 프로그램에 나와 북한 평양에 가서 한 가정을 방문했던 사연을 소개하며 "한 아버지가 아이를 비행기 태우고, 애완견을 기르는 등 우리와 다를 바 없이 지극히 평범한 가정의 모습이었다. 심한 반공 교육의 영향 탓인지 오히려 평범한 그들의 모습이 더 신기했다"며 소감을 밝혔다. 윤도현씨는 자신이 본 사실을 가감 없이 말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20년 전 모스크바대 여대생이 김일성대 여대생이 되어 평양 시내를 메우게 될까 봐 무섭다. 이런 모습까지! 지금 북한에선 대체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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